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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단편2. 본문
"자 준비해. 신호가 바뀌면 뛰는거야."
"응! 절대 지지 않을 테니까 언니나 각오 단단히 해."
자매로 보이는 초등학생 여자 아이 둘이 왕복 6차선이나 되는 넓은 도로의 횡단보도 앞에서 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옆에서 아이들의 모습을 보던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아이들에게 뛰지 말라고 한소리 하신다. 잠시 주눅이 든 자매는 아저씨를 한발짝 피해 다시 달릴 준비를 했다. 이 아이들은 이 흥미진진한 놀이를 좀 처럼 끝낼 생각이 없는 듯 했다. 결국 아저씨는 더 이상 아이들을 말리지 못하고 이내 포기해 버린다.
아이들은 신호등을 노려보며 달릴 준비를 했다. 마치 올림픽에 나간 선수들 마냥 멀리서 멀뚱히 지켜보던 나한테까지 그 아이들의 굳은 의지가 느껴졌다. 자동차 신호가 파란색에서 주황색으로 바뀌는 순간에도 아이들은 자신들의 신호만을 노려봤다. 이윽고 빨간 사람이 파란 사람으로 바뀌어 건너도 된다는 신호가 되자 아이들은 뛰기 시작했다. 얼마나 갔을까? 나름 긴 횡단보도의 중간을 약간 넘어서자 자매로 보이는 아이 중 동생으로 느껴지는 작은 아이가 넘어졌다. 아이는 울음을 터뜨렸고, 주위 어른들은 아이를 일으켜 세워줬다. 그리고 훈계를 하던 아저씨는 지나가면서 그것 보라며 아저씨말을 듣지 않아서 이렇게 된 것이라고 나무랐다.
아이들은 왜 횡단보도에서 뛴 것일까? 내가 봤을 땐 아이들은 신호가 바뀐 차도 위의 횡단보도가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횡단보도 위가 위험한 이유는 아저씨의 훈계처럼 아이들이 뛰다 넘어질 까봐서가 아니다. 횡단보도 위가 위험한 이유는 차에게 정지하라는 신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차의 운전자 혹은 차의 결함으로 그 신호가 무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능성을 아이들만 모르고 있는 것일까? 아니다. 어른들도 비슷하다. 어른들은 횡단보도에서 뛰지 않지만 남들보다 먼저가고 싶어하는 욕심 때문에 종종 사고가 난다. 언젠가 TV에서 횡단보도 사고의 가장 큰 원인으로 손 꼽은 적이 있는데, 사람들이 신호를 보고 갔음에도 난 사고가 가장 크다고 했다. 차의 잘못도 있지만 그보다 사람들에게 건너라고 나타나는 신호보다 자동차의 신호를 보고 미리 판단한 사람들이 자동차 신호만 믿고 건너다가 당한 사고라고 한다. 자동차에게 멈출 수 있는 여유를 주려고 차이나는 1초 남짓한 시간을 참지 못하는 것이다.
이처럼 횡당보도가 위험한 이유는 자동차에게 상식처럼 통용되는 규칙이 불규칙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불규칙은 사람보다 몇십배 큰 자동차가 사람을 쳐서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 횡단보도에서 뛴 아이들의 부모가 이 아이들에게 해야 할 교육은 무엇일까? 횡단보에서 뛰면 안되는 이유를 정확히 그리고 아이들이 납득할 만하게 설명하는 것이다. 물론 어른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설명하고 이해시킨다는 것이 쉽지 않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 장면을 보고 한참동안 잠시 엉뚱한 생각했다. 나는 그리고 사람들은 얼마나 상대방의 실수를 대비하면서 살아가고 있는지 말이다. 사람이란 존재는 언제나 실수할 수도 있고, 또 그렇다고 말하면서 정작 스스로 대비는 하고 있는 것일까? 횡단보도 위의 자매로 보이는 아이들처럼, 나는 그리고 사람들은 그냥 아무생각없이 다른 사람들은 실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믿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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