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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및 답변

일상의 단편 3

무량수won 2014. 12. 12. 09:50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내 어머니 뻘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연신 내게 허리 굽혀가며 이렇게 말했다. 뭐가 그렇게 고마운 것일까? 내가 그 사람에게 그런 대접을 받을 만한 사람인가? 나는 저 사람에게 특별한 호의를 베풀지도 않았는데 왜 이럴까? 왜 저 사람은 나를 동등한 사람이 아닌 저 위 어딘가에 있는 사람처럼 연신 허리를 굽히는 것일까? 수 많은 생각이 내 머리를 스쳐갔다.


"제가 허리가 많이 아파서요. 정말 죄송합니다."

"아. 네..."


그녀는 1층에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서 2층을 눌렀다. 한손에는 작은 야쿠르트병 한 무더기를 묶은 투명한 봉지가있다. 그저 엘리베이터를 타는 일인데 그 행동이 왜 그녀를 위축시켰을까?


수 많은 상상을 했다. 그리고 떠오르는 몇가지 장면이 떠올랐다. 아파트 정문에 붙어 있던 프린트 된 A4 용지. 그 안에는 엘리베이터를 사용해 배달 오는 주변 상인들에게 사용료를 받겠다는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그리 많지 않은 돈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마 나는 그것을 당연하다 생각했을 지도 모르겠다.


또 다른 장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올라가는 길. 아파트의 한 집에 배달을 가는 듯한 남자 하나가 큼지막한 배달가방을 들고 계단으로 향한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지나가는 그의 무심한 표정을 나도 무심하게 바라봤다. 몇층을 올라와서 내렸다. 다시 내 앞을 지나가는 그. 계단을 그 커다란 가방을 들고 올라온 것이다.


마지막으로 떠오른 장면. 인터넷 세상. 인터넷에서 한참 시끌시끌한 뉴스 하나가 떴다. 뉴스는 인터넷 사이트 곳곳으로 퍼졌다. 사람들은 혀를 끌끌 찾다. 모두가 분노했고, 모두가 돈이 전부가 아니라고 했다. 대한민국에서 비싸다는 동네 중에 하나인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이 자살을 했다. 이유는 마치 머슴부리듯 부리고 인격적 모욕을 매일 하던 어떤 늙은 입주자의 행동 때문이었다. 나이가 좀 있던 그 경비원. 평생 살아오면서 어느 정도의 모욕은 받아 봤을 텐데, 도대체 어떤 심각한 모욕을 받았기에 자살까지 생각했을까? 그런데도 그 아파트 사람들은 경비 업체를 바꿔서 그동안 그 아파트에서 그런 모욕을 참아오던 수 많은 경비원을 실직자로 만들었다.


사회란 것은 분명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사람과 사람이 만들어가며, 사람과 사람을 위해서 존재한다고 배웠다. 선생님들이 그랬고, 책이 그랬으며, 철학자들이 그랬다. 사람으로써 해야할 일과 사람으로써 하지 말아야할 일을 그들은 말했고, 그것을 정의와 도덕, 법을 통해 말했다. 그런데 2014년 겨울의 대한민국에는 사람과 사람이 아니라 사람과 돈이 있고, 돈이 만든 사람이 누군가를 거들먹 거리게 하고 누군가를 그저 지나가는 사람을 향해서 허리 굽히게 만든다.


유난히도 기괴했던 2014년 겨울. 그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자신의 비서들을 개에 비유했다. 그래서 개판이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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