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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및 답변/시사잡담

롯데가 왜 한국어로 죄송하다 하나?

무량수won 2015. 8. 4. 11:06

그동안 한국 대기업들이 얼마나 민족주의에 의지해 장사를 해왔는지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일본 기업인줄은 누구나 알고 있긴했다. 알면서도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것이라는 믿음(?)에 의지해서 성장하고 확장해왔는데, 이번 형제의 난을 통해 민낯이 드러나다보니 그 기업 자체가 일본 기업이란 사실을 이제서야 대중들이 인식하게 되었다고 본다. 아직 확인할 수 없겠만 롯데쪽 매출이 이번 형제간의 쌈으로 좀 떨어졌을 것이다.


언론들이 롯데가 일본 기업인줄 몰랐었을까? 아니 언론에서도 다 알면서 보도를 안했었다. 왜냐면 대기업이기 때문이다. 작년(2014.03) 버스 급발진 사고 때도 송파 급발진 사고라고 하거나 송파구청 앞 급발진 사고라고는 말해도 롯데월드 앞 급발진 사고라고 말한 언론는 한 군데도 없었다. 물론 사고 위치로 볼 때 송파구청이 더 가까울 수있지만 대략적인 위치를 설명할 땐 사고 지점에서 가장 유명한 것을 이야기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언론사 중 어느 곳 하나도 거기서 가장 유명한 롯데월드를 이야기 하는 곳은 없었다.


뿐만 아니다. 제2 롯데월드 타워를 지으면서 생겼던 사고에 대해서도 어떤 언론들이 사고로 사망한 사람들에 대해서 후속 보도를 했었나도 생각해보자. 공사를 통해 사망한 사람들이 수십명에 달하고 중간 중간 안전조치가 미흡해서 벌어진 각종 사건 사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잠깐 반짝하다 말아버리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뭐 사실 롯데란 기업만의 문제가 아닌 한국 언론의 특성 탓이 더 크긴 하지만 말이다. 자극적인 이야기만 쓰고, 이슈감이 될 때만 벌때처럼 몰렸다가 썰물처럼 빠져버리는 형태는 진보적인 언론이든 아니든 매 한가지의 행태를 보여준다. ㅡㅡ;;



신격호의 아들 중 하나가 왜 한국어로 죄송하다고 했을까? 이유는 하나다. 민족주의적인 마케팅으로 장사하던 대기업의 관행을 잠시 잊고 실수한 형제의 말에 대한 사과인 것이다. 더불어 한국 정부의 도움을 바라는 것도 있을테지만, 중요한 것은 한국에서 장사하는 대기업이 "일본기업"이란 낙인이 박히면 지금의 지위를 유지하기는 어렵다는 사정때문이다. 물론 시대가 변해서 단순히 "일본기업"이란 것이 장사를 방해하는 요소는 안되지만, 문제는 롯데가 "우리나라 기업"의 이미지로 장사를 해왔다는 것이 롯데 관련된 물품을 사고 파는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이다.


이제는 민족주의적 마케팅이 안머힌다고 말들을 하고 조금씩 변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가장 잘 먹히고 가장 유용한 것이 민족주의적 마케팅이다. 이번 삼성의 합병 사태만 봐도 쉽게 알수 있듯이 말이다. 뭐 삼성의 경영권을 위협한 회사가 악의 화신같은 존재긴했어도, 중요한 것은 문제는 삼성에 대한 무조건 적인 지지가 아직까진 건재하다는 것이다. 정작 삼성은 해외에 나가면 한국 기업이라는 사실을 열심히 감추고 있는 상황인데도 말이다.


유난히 대기업 오너들이 대중들에게 욕을 먹으면서도 친근해 보이는 이유는 결국 그런 민족주의적인 마케팅이 잘먹혀서 아무리 못돼도 "우린 한 민족이야"란 단어로 감싸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 옛날 김기춘전 비서실장이 지역감정을 선거에 이용하려던 유명한 말인 "우리가 남이가"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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