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그리 정신 부족이 아니라 노예가 되고 싶지 않은 것이다.

헝그리정신 부족이 아니라 노예가 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언제나 기사를 비판게 되는 시작은 제목 때문이다. 다분히 악의적의거나 특정 세력을 위한 제목이 너무 두드러지게 나타날 때면, 기자를 욕하고 그 제목을 달게 만든 데스크를 욕하고 언론사를 욕하고 싶어진다. 연합뉴스의 그런 악의적인 보도는 이명박 정부 시절에 눈에 띄게 늘어나서 이제는 특별한 일은 아니지만, 이런 제목의 기사를 볼 때마다 화가 나는 건 어쩔수 없는 것 같다.

연합뉴스가 올린 제목은 < 한국에 헝그리정신이 사라졌나... 노동의욕 61개국 중 54위 >였다. 이 제목에 뉴스 링크도 걸어놨으니 세세하게 보고 싶은 사람은 클릭해서 보면된다. 제목만 보면 요즘 젊은이들이 게을러졌구나 싶을 것이다. 제대로 본 것이다. 제목이 전하려는 의도는 거기에 있다. 요즘 젊은 애들은 게을러져서 일도 안하려하고, 취직해도 열심히 일을 안하고 있다고 탓하려고 만든 제목이다. 더불어 그에 불끈하는 젊은이들의 유입도 바란 것일테지만 말이다. 요즘 세상엔 기사의 내용을 꼼꼼히 읽는 사람은 거의 없고 제목만 보고 넘어가기 때문에 어떤 여론 형성 유도를 할땐 제목을 이렇게 자극적이거나 어떤 의도가 느껴지게 짓는다.

기사의 내용은 의외로 공평(?)한 편이다. 제목에서 의도하는 것과는 좀 다른 이야기가 기사에서 진행이된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맥락은 요즘 젊은이들이 게으르다는 편견 속에 있긴 하지만 말이다. 기사에선 젊은이들이 아닌 직장인들로 표현되긴 한다. 그나저나 곰곰히 생각해보면 사실 그 기사 쓰는 이도 그런 근로의욕이 떨어진 직장인일텐데 스스로를 헝그리정신이 부족한 이라고 말하는 것이 뭔가 좀 웃기긴 하다. 하긴 뭐 나도 예전에 주 40시간이 지켜져야 한다고 끄적거리면서 주 50시간을 아무런 군소리 없이 일하고 앉아있었기에 딱히 뭐라 할 수는 없지만....

우선 살펴보자 헝그리 정신이란 뭔가? 가진것 없고 배 곪아가며 뭔가 위대한(?) 성과를 내던 시절에 유행하던 말이다. 특히 스포츠 선수들에게 많이 붙었는데, 이들이 돈도 안나오고 밥도 제대로 챙겨먹을 수 없던 환경에서 운동을 하면서 세계의 유명선수들을 이겼을 때 나왔던 말이다. 그 시절 이 단어가 대중들에게 먹혔던 것은 다같이 가난했고, 다같이 배곪는 것이 일상이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1980년을 지나고 90년을 지나면서 한국은 경제적으로 많은 부를 얻게 되었다. 최소한 한국에서 다같이 배를 곪는 일은 많이 사라졌고, 부자는 아니지만 성실하기만 하면 어느 정도 먹고 살 정도는 되었다. 그런데 그런 부를 누리다가 2008년이 지나가면서 세계적인 불황을 핑계로 곳곳에서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결국 2015년 언론에서 헝그리 정신을 운운한다.

2015년 현재는 부의 격차가 커져서 소수의 몇몇이 대한민국의 부를 휩쓸어가고 대다수의 근로자들은 적은 임금과 혹독한 노동환경을 강요 아닌 강요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물론 지금 근로자들이 하는 고생이 과거 70~80년대 근로자들이 겪어온 고생에 비할바는 안되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나 육체적으로. 다만 그렇다고해서 지금의 젊은이들이 생활하는 근로 환경이 썩 좋다고는 할 수 없다. 대체적으로 대기업에 취직하지 않는 이상 성실하게 일해도 평생 자기 집을 구매할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고, 설사 그나마 대우가 좋은 매년 1000여명이 간신히 뽑히는 대기업, 다시말해 전국 인구의 약 1%에 속하는 이들이 대기업에 취직한다고 해도 언제 잘릴지 모르는 공포에 사로잡혀 일하게 된다. 또한 어떻게 그 속에서 소수로 살아남아 다닌다고 해도 나이 40이 되기 전 자영업을 생각해봐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매년 새로 시작하는 자영업자 중 3%만이 자리 잡고 나머지 97%가 망하는 환경에서 어떤 미래를 꿈꾸어야 할까?

이런 전형적인 공식이 정형화 되어 있는 사회에서, 이 사실을 언론들도 젊은 세대들이 암울하다 이야기하면서 한편으론 마치 그들을 힐난하는 듯한 이런식의 보도를 내놓아야 하는 것일까? 북한의 화전양면 전술도 아니고.... 이건 이미 안정된 부를 가지고 그 부를 지키기고 늘리기 위해서 젊은 세대들의 고통을 모르쇠로 방관하려는 소수의 늙은 기득권층들의 꼰대(?)질의 여파라고 할 수 밖에 없다. 그런 꼰대들에 의해서 형성되는 언론들이 지금의 언론 환경이이도 하다.

요즘 유행하는 단어인 '기레기'는 단순히 질나쁜 기사를 쓰는 기자를 향해 던지는 돌맹이가 아니다. (기레기는 쓰레기와 기자의 합성어다.) 사람들이 말하는 '기레기'란 대중의 민심과 현실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현재 기득권 언론들을 향한 돌맹이다. 그들은 사람들이 던지는 이런 돌맹이를 정부와 기득권 층이 쌓아주는 자금의 방패 뒤에서 숨어있을 뿐이다. 그럼 그런 기사를 쓰는 기자들은 무엇이냐고? 그들의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그들을 지켜주는 전경이나 의경, 혹은 그저 노예일 뿐이다. 마치 저 멀리서에 숨어 짖어대는 그들을 향해 던지는 돌맹이를 대신 맞아주는 이들 말이다.

정말 헝그리 정신이 사라진 것일까? 아니다. 애초에 헝그리 정신이란 단어 자체도 그저 가난한 국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만들어진 말일 뿐이다. 누군가 이 뉴스의 댓글로 끄적거렸듯이 지금 대한민국의 근로자들에겐 주인님이 주시는 돈에 마냥 감사하던 노예 근성이 사라지고, 사람다워지고 싶은 마음에 나온 결과일 뿐이다.

그러니 제대로 뉴스 제목을 쓴다면, < 마냥 노예처럼 살 수없는 사람들...노동의욕 61개국 중 54위 > 라고 써야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