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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의 여초 현상, 정말 문제인가?

무량수won 2017. 2. 5. 11:43

교단의 여초 현상, 정말 문제인가?


인터넷 뉴스에 이런 제목의 기사가 떳다.


서울 초등교사 87%는 여성교사... 교단 여초 현상 심화 - 연합뉴스




위의 기사 제목이 무엇을 말하고 있다고 보나? 남자와 여자 사이의 싸움 붙이기 용이란 생각이 들지 않나? 링크를 클릭해 기사를 읽어보면 알겠지만, 내용에 이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 따위는 없다. 왜 여자 교사들이 남자 교사들보다 많아 졌는지, 애초에 여자들이 왜 교사란 직업에 많이 지원하는지에 관한 내용은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기사가 하루 이틀, 일년 이년 나오는 것이 아니란 점이다. 이미 수 십년 전부터 이 문제는 뉴스가 되어왔고, 그렇게 뉴스가 될 때마다 인터넷에서 남녀 싸움판만 만들었을 뿐 제대로 된 대책이 이야기 된 적이 없다. 내가 보지 못한 어느 구석에선 발전적인 논의가 되어왔을지 모르지만. ㅡㅡ;;


이런 상황이 계속 되면서 이 뉴스가 이슈처럼 떠오를 때가 되면, 인터넷에선 쓸데 없는 편가르기 싸움만이 이뤄진다. 그나마 조금 싸움이 진전되었을 때, 왜 남성이 학교에 필요한지 또는 여성 교사들 만으로도 학교가 무리 없이 돌아가는 지 같은 나름 현실적인 댓글 싸움이 나타날 정도다.




그런데 남여 교사의 성비가 한쪽으로 쏠린 원인은 무엇인가? 이렇게 된 원인은 사회적인 문제에서 불거진 것이다. 사회적 불평등이 만들어낸 현상이다. 따라서 여자 교사들이 초중등 교사로써의 비중이 너무 높은 것을 문제로 지적할 것이라면, 우선 이 불평등한 사회 구조에 대한 문제제기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이와 비슷한 현상으론 출산율 문제가 있다.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을 단순히 젊은 세대의 이기심으로 치부했던 것이 불과 5~6년 전의 논의 수준이었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야 그 문제의 핵심인 젊은 세대들의 삶의 고단함에 접근하고 있다. 젊은 세대의 고단함은 단순히 고단한 것이 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불안정이 젊은 세대들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게 만든다고 이야기 되고 있다.


뭐 이렇게 원인을 제대로 집어낸다고 해서 현상이 바로 해결 되지는 않는다. 그나마 이 현상의 핵심에 접근을 해야 실체적인 논의라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교사 직군의 여초 현상도 비슷한 접근이 필요하다. 어찌 되었든 남여 평등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는 이 시점에서 남자 교사들이 너무 적은 것은 문제라면 문제랄 수 있으니 말이다. 비슷한 관점으로 군대의 여성 장군에 대한 필요성이나, 고위 관료들에 대한 여성들의 진출에 대한 것도 논의 되어야 하고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사실 이 모든 현상의 원인은 거의 같다고 봐도 무방하다.



자. 이제 좀 더 구체적으로 이 현상이 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부터 따져보자. 비슷한 원인이라고 하더라도 실제 현상이 구체화 되는 것은 다른 이유들이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 현상이 워낙에 오래 전에 시작되다 보니 소위 인터넷 세대라 하는 이들은 이 문제가 언제, 어떻게, 왜 생겨났는지를 잘 모른다. 그덕에 각종 커뮤니티에서 이 문제가 불거지면 괜히 쓸데 없는 논쟁만 오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왜 교사라는 직업이 중요하게 되었는지 생각해 본적이 있나? 언론에서 언제부터 여자 교사들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서 저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을까? 매년 행사처럼 보도하게 된 것은 언제부터 였나? 한편 간호사나 은행의 텔러 자리에 남자가 적은 것은 왜 문제가 되지 않는지에 대해서 언론은 왜 이야기 하지 않을까?


교육이란 특수성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그 전에 교사란 직업이 요즘 우리 사회에서 손에 꼽히는 좋은 직업이 되버린 탓이 가장 큰 이유라고 본다. 사회적 불안정성이 높아지면서 교사란 직업이 가진 안정성이 좋은 직업이란 인식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과거 1998년도에 터진 IMF사태 전 까지만해도 교사란 직업과 더불어 공무원은 사회적으로 추켜세워지는 좋은(?) 직업이 아니었다. 내 기억이 전부는 아니지만, 내가 기억하기로 이 직업들을 가진 남자들에겐 "진취적이지 못한"이란 형용사가 암묵적으로 따라 붙었다. 이 "진취적이지 못한"이란 형용사가 붙는다는 것은 다른 말로 "남자답지 못한"과 어느 정도 비슷한 뉘앙스를 가지고 있다.


이런 이상한 수식어가 붙은 가장 큰 이유는 그 직업들이 안정적이긴 하지만 결코 큰 돈을 벌 수 없는 직업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부 좀 했다는 이들이 대학을 나오던 시절에, 대학 나온 남자가 교사를 하는 것은 하나의 "부끄러움"이었다. 나름 "선생님"이란 단어가 가진 권위가 나름 존재 했던 시절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래서 영화나 소설에서도 종종 그려지는 남자 선생님들의 다수는 "찌질함"과 "악독함"의 표상으로 많이 그려졌었다. 남자 선생님들은 "패배자"의 군상 중 하나로 그려지기 일쑤였다. 대다수의 남자 교사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할 수 없이 하는 직업으로 선택한 이들의 이미지가 강했고, 실제로 그런 생각으로 선택하는 이들도 많았더랬다. 이건 공무원(주로 하위직)을 하는 남자에게도 비슷하게 적용되었다.


그런 시절에 교사 중에 남자가 줄어든다고 큰일 났다는 듯이 쓴 기사가 매년 나왔을까? 아니 그런일은 없었다. 애초에 남성성이 떨어지는 이들이 선택하는 직업으로 이미지가 굳어져버린 "교사"라는 직업에 남자가 없다고 이상한 일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경제가 어려워지고 전반적으로 사회가 불안정해지면서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낮은 임금 때문에 무시당했던 공무원과 교사란 직업이 안정적이란 이유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인식의 변화가 여자들이 다수 포진해 있는 교사란 직업이 문제가 된 것이고, 그것이 마치 큰 일이라도 난 것처럼 혹은 남녀 평등에 커다란 문제라도 되는 것처럼 기사를 매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길 것이다. 사회적인 인식의 변화 때문에 나름 인정(?)받는 직업이 되었음에도 왜 남자가 많지 않은 것일까? 그건 아직까지도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선입견이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인 것이 가장 크지만, 아직까지도 교사란 직업만 가지고 가족을 부양하기엔 많이 부족해서다. 뭐 요즘은 임금의 하향 평준화 때문에 딱히 교사의 월급이 적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많이 모자란 것은 사실이다. 많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남자에게 생계의 책임을 지우는 사회적 인식이 높은 것도 남성들이 교사나 공무원 같은 안정되었지만 임금 수준이 낮은 직업에 대한 지원 자체를 꺼리게 만드는 것이다.


만약 교사들의 월급이 대기업 수준으로 향상 된다면, "여성들이 많이 하는 직업"이란 편견에도 불구하고 남자들이 이 직업에 불같이 달려들 것이고, 애초에 지원자 수에서 차이가 나는 남여 비율이 상당히 달라질 것이며, 결과적으로 남성 교사의 비중도 높아질 것이다.


종종 이 기사가 여초 사이트에서 남자들이 멍청해서 여자들을 못이기는 것이다는 식의 헛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건 이 문제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해서 나오는 것이다. 애초에 앞서 말한 사회적인 인식 때문에 교대에 지원하는 비율 부터가 남여의 차이가 크다. 그러니 자연스레 교대를 졸업해서 교직 시험에 응시하는 지원자 비율 차이도 심하고, 결과로 나오는 남여의 차이가 클 수 밖에 없다. 이걸 무시하면서 여자들이 교직 시험 통과하는 수가 많으니 여자가 대단하고 남자는 멍청하다는 식의 논리는 스스로 이 문제를 제대로 생각해 본적 없다고 하는 것과 같다.




앞서서 다소 남성적인 입장의 이야기를 했는데, 그에 보충하는 형식으로 여자들의 이야기로 써보도록 하겠다. 왜 여자들이 교사란 직업에 많이 지원하게 되었고, 왜 아직도 교사는 여자들의 직업이란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 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이건 왜 엘리트라 분류되는 여자들이 다른 직업이 아닌 '교사'란 직군에 몰려드는 지에 대한 이유기도 하다. 


앞서 말했듯이 교사란 직업은 큰 돈을 벌 수 없다. 큰 돈을 벌 수는 없지만 누군가는 해야하는 일이고, 다른 직종에 비해 업무시간이 크게 많지 않다는 점이 여성들에게 매력적이었다. 남성 중심적인 사회였기에 아무래도 여성들은  사회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많지 않았다. 교사란 직종은 가부장적인 집안에도 비교적 쉽게 여자들에게 허락할 수 있는 사회적 해방구(?)같은 존재였다. 오래 전 부터 사회생활을 하고 싶은 여성들이 선택할 수 있는 몇개 안되는 선택지였다는 것이다. 또한 전문 교육인이란 단어가 교사란 단어를 설명하기에 아이 양육에 있어서 좋을 것이란 막연한 사회의 기대(혹은 남성들의 기대)가 있었다. 이런 사회적 인식이 교사란 직업을 여성들에게 매력적으로 만들었다. 물론 그런 전문 교육자가 과거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자신의 자식을 대단하고 잘 키울 것이란 보장은 없다. ㅡㅡ;;


사회적 진출에 차별을 받는 여성에게 있어서 교사는 꽤 매력적인 탈출구였다. 물론 이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엘리트라 불리던 여성들의 다수가 교사란 직업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최근 이십여년 동안, 여성의 인권 신장이 이뤄지면서 여자들에게도 사회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직업들이 늘어나 다소 인기가 떨어지는 듯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이란 단어를 붙이고 나갈 수 있는 일엔 한계란 것이 존재하며, 그 한계에서 그나마 자유로운 곳, 혹은 공정한 곳이 시험을 보고 갈 수 있는 교사란 직업과 공무원 정도라 할 수 있다. 



이미 앞서 해결 방안을 제시했지만, 교사란 직업에 남자의 비율이 적어지는 것에 대한 간단한 해결방법은 대기업 수준으로 교사의 월급을 올리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남자들도 교사가 되기 위한 시험에 매진할 테니 말이다. 물론 이 문제를 위해서 교사 월급만을 올리는 것보다 전반적으로 노동자라 불리는 이들의 임금이 높아져야만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한 답만 추론 한다면 이렇게 해야 된다는 것이다. 이 해결방안으로 중소기업 취업문제에 적용하면 해결 될 수 있음은 굳이 열심히 설명하지 않아도 다들 알고 있으리라 생각 된다.


종종 이 뉴스가 뜰 때마다 번지는 이야기가 교육에 있어서 남성성과 여성성에 대한 문제로 이걸 이야기한다. 나는  남성성과 여성성은 학교 교육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학교가 원래 아이의 인성 교육에 힘을 써야 하는 것은 맞지만, 지금 대한민국 교육 시스템은 아이의 인성 따위를 신경쓰나? 애써 인성과 관련된 시스템을  만들어도 현실적으로 적용되기엔 문제가 많아서 있으나 마나한 것들 뿐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교육은 인성보다 지식만 쌓는 것에 몰두하고 있으며, 그것을 대다수 부모나 교사, 여기에 더해 대다수의 고위직 교육공무원들이 자랑스러워하고 있음을 잊으면 안된다. 이런 현실에서 학교에서 남성성을 말하고 여성성을 말한다는 것은 개 풀 뜯어먹는 소리랑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애초에 왜 남성성과 여성성을 가르쳐야 하는지도 이해가 안가지만. ㅡㅡ;;)


정말 교육이 걱정이 된다면, 아이에게 부여되는 남성성과 여성성을 걱정하기 전에 학교 시스템의 변화에 좀 더 신경써야 하고, 학교에서 인성을 배우길 바라기보다 가정에서의 인성 교육을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는 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애초에 부모와의 관계가 좋지 않은 아이는 학교에서 교사가 아무리 애를 써도 제대로 훈육 될 수가 없다. 이는 최순실의 딸 정유라만 보더라도 쉽게 증명이 되지 않는가? 그 좋은 학교들을 부모가 비싼 돈 들여 보내 봐야 아무 소용없다는 것 말이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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