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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심에서 책의 존재가 희미해지고 있음을 느끼다. 본문

잡담 및 답변

서울 중심에서 책의 존재가 희미해지고 있음을 느끼다.

무량수won 2009. 10. 24. 08:19
한국이란 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대형 서점이 교보문고라면, 그와 유일하게 대적할 만한 서점은 영풍문고라 할 수 있습니다. 뭐 지금은 규모면에서 상대가 안될 정도로 교보문고가 커져버렸지만요.

종로에는 참 유명한 서점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종로를 가면 서점 순회를 돌수 있을 정도였지요. 불과 10년전에 말입니다.

이렇게 대형서점을 순회하거나 다음에는 청계천을 따라 내려가다보면 동대문 운동장이 나오는데, 그곳에는 헌책방들이 주욱~ 늘어서 있었습니다. 청계천이 복개되기 전까지만 해도 나름 명맥은 유지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거의 유명무실해졌지요. 뭐 청계천의 복개가 헌책방이 사라지게 한 주된 원인은 아니지만...




금요일 저녁. 종로에 나갔습니다. 독서토론을 위해서 마음속으로 찜해둔 책을 미리 살펴보기 위해서 나간 자리였습니다.
이미 지난 10월 토론모임후 집에 가는 길에 교보문고에 들려서 책을 살펴 보았으나 그 작가의 책이 품절이 되어 있더군요. 다시 재판하지 않은듯 보였습니다. 그래도 유명한 책이였던지, 다른 이름으로 단편선으로 나왔으나 결국은 그 책도 절판의 위기에 있는 듯 했습니다. 서점에서 열심히 뒤지고 직원에게 물어봤지만 매장에는 없다고만 하더군요.


그저 살짝이라도 미리 살펴보고 싶었는데...

그래서 일주일이 지난 어제 저녁에 영풍문고를 찾아갔습니다. 여기에도 없진 않겠지라는 생각에 열심히 뒤져보았으나 그 곳에도 없더군요. 반디앤루이스까지 살펴보려고 했지만 오랜만에 방문한 영풍문고를 좀 더 둘러보고 싶었습니다. 왠지 서점에 들어서면서 어수선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는데요. 확장 공사를 하고 있더군요. 덕분에 책장에 붙은 분류표와 전체 분류를 나타내는 이정표(?)가 서로 맞지 않는 경우가 간간히 눈에 띄었습니다.

그런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마음에 들었던 것은 인문학 코너였습니다. 아직 정리가 덜되어 시각적인 면에서는 불만족이었으나 인문학 책 종류의 양적인 면에서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른 서점에서 볼수 없었던 책이 진열되어 새로운 책을 두눈에 담을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매우 기뻤습니다.

그렇게 2시간 가량을 보낸 뒤 집으로 향하기 위해서 교보문고를 살짝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반디앤루이스까지 둘러볼 생각이었지만 워낙에 늦은 시간이 되어 버렸기에 다음 기회로 미루고, 교보문고로 향했습니다.
교보문고에 들어서자 왠지 모르게 화려하다는 느낌과 쇼핑몰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어수선하던 영풍문고와 비교가 되서였을까요? 그전에 들지 않았던 생각이 강하게 머리를 스쳐가더군요.

특히 교보문고는 책 이외에 팬시나 각종 문구류와 음반등을 같이 팔고 있는데요. 그전에는 이 부분으로 눈길 조차 주지 않았었는데, 왠지 눈에 확 들어오더군요.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여기는 쇼핑몰이었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책을 팔지 않는 부분이 예전 보다 규모가 커져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되었답니다. 언제부터인가 이렇게 큰 서점에서 조차 책들이 자신의 자리를 빼앗기고 있는 것만 같아서 조금 슬펐다고 할까요? 기분이 묘하더군요.




이렇게 나름의 순방(?)을 하고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10년전 청계천 헌책방 지역을 돌아다니며 특이한 책을 찾아나섰던 제 모습이 문득 떠올랐고, 10년전 언젠가 이미 이름조차 까마득해진 유명 서점들을 돌아다녔던 제 모습도... 그리고 제가 살고 있는 동네에 있던 작은 서점이 왠지 모르게 그리워지며, 왠지 모르게 인상이 좋았던 주인 부부의 모습이 떠오르는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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