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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태 타이거즈와 김대중 - 김은식 본문

독서 토론 모임

해태 타이거즈와 김대중 - 김은식

무량수won 2009. 11. 12. 23:31


최강이었지만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가장 약한 자들의

영웅을 추억한다


제목 아래에 이렇게 적혀있는 이 글은 왠지 모르게 나를 가슴 뭉클하게 했다. 서점에서 한참을 망설이다 구입한 책.

제목에서 나타난 것 처럼 김대중이란 인물과 해태 타이거즈의 이야기를 잘 섞어서 이야기 했을까? 정말 이 둘은 약한자들의 영웅이었던 것일까?

이런 저런 질문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프로야구가 출범한지 30년이 다되어가는 시점인 2009년 한 때 그 누구도 넘볼수 없었던 명성을 가지고 있는 한국의 타이거즈란 야구팀은 해태라는 기업이 무너짐으로 인해서 옛 영광을 뒤로한채 쓸쓸함을 달래고 있었다. 또한 호남의 대표적인 정치가였던 김대중은 모진 고난의 시간을 뒤로 한채 쓸쓸히 다른 세상으로 떠나가 버렸다.

그 무엇이 그들을 힘들게 했던 것일까? 한 때 대통령의 아들로 무서울 것이 없어보일 정도로 풍채가 좋았던 그의 아들은 이제 뼈만 남은 채 앙상해져버려서 자신의 아버지가 가는 길을 다른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갈수가 없을 정도였고, 그의 앙상한 만큼이나 고인을 지지하던 많은 사람들도 쓸쓸히 마지막 길을 배웅해 주었다.

책에서 작가는 이런 뉘앙스의 이야기를 한다. 정치권에서 호남세력이 득세할 때는 해태 타이거즈가 약해지고, 호남세력이 약해지면 해태 타이거즈가 훨훨 날아 오른다고...

그래서였을까? 호남을 대표하던 그가 마지막 숨을 거둔 2009년 이제는 해태 타이거즈에서 기아 타이거즈로 바뀐 타이거즈라는 야구팀은 리그 우승과 함께 한국쓰리즈 우승까지 거머쥐게 된다. 정말 짜놓은 각본이 있는 듯이 말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감상에 젖어서 "해태 타이거즈와 김대중"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게다가 독서토론모임의 주제 책으로 선정을 할 정도이니 내가 이 책의 제목을 보고 느끼는 감상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예측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사실 내가 이 책에서 기대한 것은 정치와 야구의 역학관계에 대한 기대도 있었지만 호남인들에게 있어서 타이거즈란 존재와 김대중이란 존재 그리고 그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잘 어울려지기를 바랬다. 해태 타이거즈를 응원하면서 김대중을 연호하던 그들. TV 에서는 언제나 깡패역의 사내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전라도 사투리를 쓰고 있었고, 날씨를 보여줄 때도 언제나 후 순위로 밀려나 있었던 그들. 알게 모르게 사회에서 차별 아닌 차별을 당해왔던 그들에 대한 이야기가 야구와 섞여있기를 바랬다.



저자의 주된 분야가 야구여서 였을까?

사회적인 이야기나 정치에 관한 이야기보다 야구 이야기가 2배는 더 많아 보이는 이 책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배심감과 한편으로는 '그래도 이 정도 시도라도 한 것이 어디냐.' 하는 기쁨이 내 가슴속을 혼란스럽게 했다.

작가는 야구와 정치에 관한 이야기를 썩 잘 버무리지는 못한다. 사회와 정치 이야기와 야구는 살짝 만나는 듯 하지만 이내 서로 각자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제목에 보이는 김대중이란 이름이 무색하게도, 정치와 사회문제와 야구 이야기는 별개로 진행이 되어서 나에게 실망을 주었지만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면, 야구와 사회 정치 이야기와의 만남이라는 시도 자체를 높이 사줄만 한 것이라고 할수 있다.



이 책을 구입하기 위해 망설이는 친구가 있다면, 나는 그냥 한 번 읽고 말 책이라고 해주고 싶다.

책에 쓰여진 글이 나쁘냐고? 아니다. 글 자체는 좋다. 읽기에도 좋고 잘 모르는 내용의 이야기임에도 쉽게 읽어 나갈수 있을 정도로 잘쓴 글이다. 그런데 왜 한 번 읽고 말 책이냐고?

그냥 가쉽거리성의 이야기로서나 야구의 광팬을 위해서는 괜찮은 책이지만 그렇게 깊은 이야기까지는 관심도 없고 딱히 재미를 못느끼는 사람에게는 한 번 읽을만 하지만 구입해서 집에 보관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어쩌면 내가 그동안 현시대를 이야기하는 책들을 많이 읽어보지 않아서 일지 모른다. 우리의 오늘을 이야기 하는 글을 블로그라는 공간에서 그리고 신문에서 TV에서 흥미위주로 짜여진 것을 매일 접한기 때문인 걸까? 이와 관련된 글과 이야기의 책에 나는 소장가치를 느끼지 못한다.

이와 비슷한 느낌을 다른 책에서도 받았었다. " 그래도 언니는 간다."에서 다. 김현진이란 에세이스트의 사회에 대한 발칙한 이야기는 재미있으면서도 내가 이 책을 왜 돈주고 구입했어야 했을까 라는 느낌을 받았다. 블로그나 뉴스거리, TV방송용으로는 정말 괜찮다는 생각을 받았지만 책으로 내기에는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내가 말한 매체들은 무료로 어떤 정보를 제공해주고 재미나게 가공을 한다. 이렇게 익숙해진 어떤 것 때문에 쉽게 읽혔을 테지만 그 때문에 구입해서 소장할 가치가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게 해주었다.


어쩌면 말이다.

내가 너무 깊은 이야기 또는 진지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성향 때문일지도 모른다. 2009년부터 독서토론모임을 주최하면서 골라왔던 책들을 보면 내가 좋아하는 책과 선호하는 책에 대한 이미지를 어느 정도 알수가 있다.

그러니 내 말만을 믿고 책의 구입여부와 읽어야 할지 혹은 읽지 말아야 할지에 대한 결정을 하려던 사람이 있으면 당장 멈추길 바란다. 왜냐하면 나만의 독특한 성향은 다른이들이 쉽게 보고 많이 보는 것과는 저금 다르기 때문이다. 나와 비슷한 성향이라면? 내 의견을 따르는 것이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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