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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권하는 사회 - 현진건 본문

독서 토론 모임

술 권하는 사회 - 현진건

무량수won 2009. 12. 29. 09:21

현진건의 단편들은 꽤 유명한 것들이 많다.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등장하기도 하지만,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한 번쯤 언급이 되어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술 권하는 사회"는 여러 문화로 다시 만들어지기도 했다. 딱히 소설 속 내용이 대단해서가 아니라 그 제목이 가지고 있는 느낌 때문이라 나는 생각한다. 그러한 느낌은 "운수좋은 날" 또한 해당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술 권하는 사회"만큼이나 노골적이지는 않다.

굉장히 짧은 단편이다. 이야기가 시작된다 싶으면, 바로 끝나버리기에 왠지 아쉽고 무슨 이야기라도 해주었으면 하는 생각이든다. 어쩌면 현진건이 장편을 쓰기위해 준비해 놓은 단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완성의 이야기 느낌이 강하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역사적인 이야기 먼저 해야할 듯하다.

1920년 혹은 30년이 될지도 모르는 소설의 역사적 배경은 일본이 아시아의 신흥 강국으로서 급성장을 하던 시기이다. 조선의 많은 젊은이들이 일본을 배우기 위해 유학을 갔고, 더불어 주변의 많은 아시아 국가의 젊은이들이 일본을 배우고자 유학을 갔던 시기다.

많은 사람들이 이 시기에 조선이란 나라가 일제 강점기였기에 어쩔 수 없이 일본으로 유학을 갔던 것으로 착각을 하고 있지만, 당시 일본이란 나라는 조선 이외의 여러 아시아 국가에서 유학을 올 정도였다. 그만큼 발전된 국가라는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조선에서 조금 산다는 집안의 젊은이들도 새로운 학문과 새로운 세계를 대비하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가서 배우려 했다.

이 이야기에서 알고 있어야 할 당시 상황은 일찍 결혼을 시키는 풍습이 있었다는 것과 연애결혼이 아닌 집안 끼리의 정약결혼이 흔하던 시기였다는 사실이다. 요즘도 간간히 남아있지만 집안이 좋으면 좋을수록 정약결혼은 필수였던 시기였다.



이런 시기에 결혼 한지 얼마안되 일본으로 유학을 다녀온 남편으로 인해서 이야기의 문제가 벌어진다. 결혼한 햇수는 7~8년이나 되지만 실제 얼굴 맞대고 살아 온날은 얼마되지 않는 부인의 시선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배운 것이 없어 무지한 그녀에게 유식하고 잘나보이는 남편은 꽤 대단한 사람처럼 보였다. 그리고 유학을 다녀오면, 뭔가 대단한 일을 할 것 같았고, 또 그리해주기를 바랬다.

그러나 유학을 갔다와서 남편은 어느새 술로 지새는 날이 늘어만 갔고, 남편은 그녀가 못알아 듣는 말로 혼잣말을 되뇌인다. 대체 '사회'란 것이 무엇이기에 유학까지 다녀온 남편이 술만 먹어야만 하는 것인가? 그 '사회'란 단어 조차 생소하던 시절, 그런 단어가 어디에 쓰이는 지 모르는 그녀는 남편이 하는 말을 하나도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부인은 그 '사회' 때문에 고민하는 그가 안쓰러울 뿐이고, 같이 고민하지 못해서 안타까울 뿐이다. 그녀의 남편은 그렇게 또 술을 권하는 '사회'라는 것 때문에 집에 들어왔다가도 다시 밖으로 나가 버린다.



어떤 이는 이 "술 권하는 사회"라는 제목을 보고 코미디 프로나 TV에서 볼수 있었던 어떤 프로그램을 생각할지 모른다. 다른 이는 이 제목을 보고, 몹쓸 세상이라며 혀를 차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어찌 되던 문제는 없다.

이 모든 것이 결국은 이 소설에서 이야기 하는 것과 같은 생각 때문에 나온 것이니까.

100년전에도 그러했고, 지금도 그러하고, 앞으로도 내 뜻대로 모든 것이 되지는 않을 것이기에 사람들은 세상을 탓하고, 사회를 탓하며 술을 마실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가 된다해도 말이다.

그렇다고 불만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불만이란 당장은 쓸데없는 소리처럼 보일지 몰라도 좀 더 나은 삶을, 그리고 세상을 꿈꾸는 자들의 희망을 표현한 것이기 때문이다. 희망을 가진 이에게 불만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 불만이 잘 해결되면 좋겠지만 모든 것이 내 뜻대로 될 수만은 없지 않은가!

그런 불만이 바로 해결이 되지 않으니 답답하고, 그 답답함을 다른 것으로 표현하자니 다른 이들에게 피해가 갈 뿐이니 스스로를 달래기 위해서 그들은 술을 마신다. 세상과 사회가 술을 마시게 한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그렇게 마시게 되는 것이다.


그 덕에 내용은 달라도 "술 권하는 사회"라는 제목은 계속 살아 남게 되는 것이다. 누가 원조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그냥 현진건이 써낸 소설도 그러하고 8~90년이 지난 오늘날 그 제목을 쓰는 이들도 그러하고, 어디선가 희망을 조용히 술로 달래는 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똑같기에, 그들은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 2013년 2월 28일 오타 및 어색한 문장 수정.(조사 및 종결어미, 띄어쓰기 등 수정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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