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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outsider의 생각누리
"고백" 심리적 잔인함을 보여주다. 본문
여러 영화를 보아왔고 많은 잔인한 영화들을 보긴했지만 시각적인 잔인함이 아니라 심리적인 잔인함 만을 전달해주는 영화는 보지 못했던듯 하다. 그렇다고 이 영화에 잔인한 장면이 안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영화들에 비하면 그다지 잔인하다 할 수는 없다.
오랜만에 극장으로 영화를 보러갔다. 전날 이것 저것 뭘 봐야하나 둘러보다가 고백이란 영화가 눈에 들어왔다.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라기보다 사람들이 안 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봤다. 이야기의 소개는 간단했다. 자신의 딸을 죽인 아이가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 중에 있다는 설정이라는 말만 있었다.
사실 나는 이 영화를 신파극의 하나쯤으로 생각했다. '신파극이 18세 이상이라...' 뭔가 좀 이상했지만 혼자서 이렇게 생각하고 보러갔다. 사람들이 선택을 잘 안할 것 같은 포스터와 제목이 나를 더욱 이끌었다. 내가 이런 것에 이끌렸다면 사실상 이 영화의 홍보나 소개에서는 실패했다고 보는 편이 나을듯 싶다. 실제 주말에 사람들이 얼마나 볼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이런저런 이유로 보기 시작했다. 시끄럽기만한 교실. 그 속에서 여교사가 조근조근 말을 하고 있다. 아이들은 선생의 말을 무시하는 태도만 보인다. 이리 저리 돌아다니고 산만하기만한 장면.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이야기를 해 나가는 교사. 교사의 이야기는 어느덧 자신의 아이의 이야기가 되었고, 자신의 아이가 죽은 이야기를 하게 된다.
이렇게 이야기가 진행 되고 있는 동안 범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그 범인은 그 반 아이들 중에 있다고 말한다. 개인적으로 범인을 숨길줄 알았는데, 이야기를 하는 선생은 직접 밝히지 않고 다들 알만한 이야기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알려준다. 대놓고 알려준거나 마찬가지인 상황. 그리고 이런 저런 사람들의 입장에서 또 다른 고백들이 이어진다.
영화를 보는 내내 들었던 생각은 아이를 죽인 아이들의 잔혹한 인성에 대한 생각보다 그 주변에 있는 한반의 친구들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차 있었다. 물론 영화의 중심은 사건과 연관되어 있는 사람들의 말이었지만, 나는 자꾸만 주변 사람들에게 시선이 갔다.
아무렇지 않게 약한 아이를 괴롭히던 아이는 그 대상을 바꾸어 범인인 아이들을 괴롭힌다. 마치 자신이 정의에 사도라도 된듯이 의기양양하다. 그리고 그 아이를 둘러싸고 같은 행동을 보여주는 아이들은 영화에서 아이를 죽인 애들보다 더 잔혹한 애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들은 자신이 하는 나쁜 짓은 별 것이 아니며, 자신들은 정의를 실현한다는 식의 의미를 부여한다.
또한 그들은 자신들이 정의를 실현한다면서 스스로 하는 잘못된 행동은 생각치 않는다. 그런 그들의 행동에 동참하지 않은 아이에 대해서도 정의라는 이름으로 심판을 내리는 모습은 영화를 보는내내 속에서 불길이 솟아오르게 했다. 그렇다고 살인한 아이들의 모습을 정당화 할 수는 없다. 문제는 이런 아이들의 모습이 살인을 한 아이들에게서도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 아이들이 살인을 하기로 마음을 먹고 선택한 사람을 악당이라고 한정지으면서 선택하는 모습에서 그 아이들과 전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는 중학생인 아이들을 중심으로 말이 되고 있지만, 사실 이는 현실이라는 공간에서 자주 일어나는 광경이다. 다른 이들의 이야기는 듣지 않고 자신들의 잘못은 생각치 않으며, 자신들이 누군가에게 하는 행동은 정의라 울부짖는 이들. 또는 자신들이 하는 불법적인 행위는 나쁜 사람들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모두 용서가 된다는 식으로 어리석은 생각을 하는 이들. 이들은 이 영화에 나오는 중학생 아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관심을 받고 싶은 아이는 점점 더 잔인한 짓을 저지르게 된다. 이 아이의 모습은 사람들로 부터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수 많은 사람들이 저지르는 일과 같다. 관심을 끌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것도 불사하겠다는 정신이 넘치는 사람들을 요즘에는 인터넷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간들이다. 또한 자주 이 영화에서 나오는 청소년 보호법이란 장치는 인터넷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익명이라는 장치와 같다고 생각된다. 보호라는 이름으로 주어진 무기.
영화 속 이야기와 영상이 전해주는 것은 이런 인간들의 잔인함이었다. 주어진 것을 올바른 곳에 쓰려하기 보다. 오히려 악용하는 아이들의 모습과 인터넷에서 익명이란 가면을 쓰는 이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인간이 보여주는 행동의 잔인함. 그리고 그 잔인함을 향한 또 다른 잔인함. <악마를 보았다>가 영상으로 잔인함을 표현했다면, 이 영화는 심리를 통해서 그 잔인함을 표현했다.
어쩌면 내가 쓰려는 이 말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도 있을 것이지만, 나는 이 영화를 "심리적 잔인함의 최고"라고 말하고 싶다. 그저 보는 내내 그리고 이야기를 듣는 내내 잔인하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영화에 대한 홍보가 흥행을 위한 것 보다 예술적인 느낌을 주려고 한 경향이 있어서 많이들 선택을 안할 것 같지만 꽤 괜찮은 영화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단순히 흥미꺼리라고 치부하기에는 내용이 좀 무겁고 보는 사람에게 어떤 부담을 주는 이야기의 설정인지라 가벼운 영화를 찾는 사람에게는 추천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러고보니 여교사로 나오는 여자 주인공이 98년도에 만들어진 이와이 슌지 감독의 4월이야기의 주인공이었다. 사진 찾아보다가 알게 된 사실 ㅡㅡ;; 정녕 그시절 순수하게만 보이던... 그사람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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