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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속 이야기

꿈 이야기 2

무량수won 2009. 8. 4. 08:09
시장 한 구석에서 이상한 띠를 둘러메고 나는 유세를 다니고 있다.

이제 막 30에 접어든 내가 왜 이런 짓을 하고 있는 것일까? 직업도 없고 남들이 부러워 할만한 학력을 지닌 것도 아니고, 집에 돈이 많은 것도 아닌데. 그렇게 잘란 놈이 아닌 내가 왜 이런 짓을 하고 있는 것일까?

하루에도 몇 번씩 드는 생각이다. 오늘이 마지막 유세다.

가진 돈도, 내세울 만한 학력도 없는 나를 도와주는 사람들. 이들은 처음 나를 찾아 왔을 때. 이런 말을 했다.

" 당신이 말하는 꿈. 나도 꾸고 있습니다. 당신은 우리 보다 못한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나선 것 하나만해도 당신은 우리보다 나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도우러 왔습니다. 비록 이런 일이 바보같아 보인다고 사람들이 욕해도 도전해 주세요. 지금은 당신 하나이지만 우리같은 사람들이 모인다면, 전혀 바뀌지 않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

이렇게 나의 꿈은 이제 많은 사람의 꿈이 되었다.

처음 국회의원이 되고 싶다고, 인터넷에 글을 올렸을 때 사람들은 비웃었다. 그 중에는 한 번 해보라고, 도와 주겠노라 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나를 비웃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첫째로 난 가진 것이 없다. 내가 경쟁해야 될 상대는 재산도 몇 억이 있고 학교도 한국 최고의 학벌을 자랑하고 주위에 유명인들을 많이 알아서 유세 때마다 한 명씩 나타나서 도와준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한국 최고의 학벌도 아니고 주위에 아는 유명인은 하나도 없다. 그나마 가장 유명한 사람이 우리 부모님(?) 시장에서 꽤 알려진 분이다. ㅋㅋ

둘째로 난 해놓은 것이 없다. 내가 경쟁 할 상대들은 여기저기 단체장을 많이 한다. 정말 대단한 사람들 같다. 어디 회장에 어디 부회장 등등... 무슨 조직을 이렇게 많이 거느리고 있는지. 혹시 저 사람들 조폭이 아닐까? 나는 가끔 한달에 한 번 나가는 모임도 힘에 겨워서 벅찬데... 저들은 진정 슈퍼맨인 걸까?

셋째로 난 멋진 공약이 없다. 저들은 아무리 들어도 모를 말들을 한다. 그러면서 결론은 항상 여러분을 위해서, 여러분을 잘 살게 해드리겠습니다. 로 끝이 난다. 헐... 난 저런 공약 없다. 아니 할 자신이 없다. 공약이란 말을 하면 지켜야 하는데, 내 나쁜 머리를 아무리 굴려봐도 저렇게까지 안될 것 같다. 그저 국회의원인데 마치 세상을 개혁 시킬수 있는 사람처럼 공약을 만들었다. 나같아도 왠지 혹 할꺼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난 내가 지킬수 있는 것만 걸었다. 제가 하는 의정활동을 모두 공개하고 항상 지역주민들과 토론할 수 있도록 많은 자리를 만들어보겠다고. 그리고 여기서 토론된 것을 가지고 국회에 나가서 이야기 하겠다고. 그리고 나는 한 마디 덧붙였다. 나는 여러분에게 해줄수 있는 것이 이거 밖에 없다. 나에게는 돈도 지식도 명예도 없기 때문에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하다. 나를 국회의원으로써 제대로 움직이게 하는 것은 여러분이지 내가 아님을. 음.. 두 마디는 넘었군.. ㅡㅡa

아무튼 이런 공약으로 선거를 시작했고, 여기저기서 알음알음 사람들이 찾아와 주었다. 가끔은 와서 너 같은 날라리 백수가 국회의원이 되서 나라 말아먹을일 있느냐며 호되게 꾸짓는 어른들도 계셨고. 멋진 도전 정신이라며 칭찬해 주시는 분도 있었다.

또 혹은 니가 제2의 허경영이냐며 놀리는 사람도 많았다. 난 그렇게 황당한 사람은 아니라구요! 물론 가진 것도 내세울 것도 없는 내가 국회의원이 나선 것이 황당한 일이긴 하지만. 쩝...


자신의 못남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왜 잘난 사람들과 대결을 하려고 하는지 기자가 나에게 물어봤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대답해 주었다.

" 세상에 잘나신 분들은 많아요. 특히 현재 국회에 계신 분들은 정말 잘나셨죠. 출신 학교도 남들 부러워 할만한 학교를 나오셨고, 어릴 때 부터 수재 소리만 들어가면 자라오신 분들이지요. 더군다나 인맥들이 좋으셔서 연예인도 많이 알고 계시고, 유명인사들과 찍은 사진들도 많구요. 왠지 그 사람들 보면 저는 저분들은 정말 천재에 모자름이 없으신 슈퍼맨 같다는 생각을 한답니다.

그런데 말이지요. 그런 분들이 모여서 만들어 나가는 국회와 이 대한민국이란 나라의 현재 모습은 어떻습니까? 정말 여러분들이 생각하신대로 좋은 세상인가요? 저는 이런 분들이 아닌 사람들도 국회에 진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동네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그들의 이익을 이야기 해줄수 있는 분들이요. 그런데 많은 분들은 생업에 바쁘셔서 못나오시지요. 당장 하루 벌이를 못하면 내일 먹을 것이 없는 분들도 계시구요. 오늘 벌지 못하면 내일 일이 없어서 생계에 문제가 생기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런 분들을 대신해서 할일 없는 제가 나오게 된 것입니다.

비록 가진 것 없고, 해놓은 것이 없는 백수지만 다른 분들과 이야기하는 것 만큼은 자신 있거든요. 그리고 가진 것이 없는 만큼 다른 분들이 도와주셔야 하기 때문에 항상 귀를 열어두고 있어야 하구요. 그래서 저는 제가 가장 국회의원에 걸맞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제 내일이면, 투표가 시작된다. 사람들은 얼마나 날 지지해 줄까? 나는 정말 이번일을 장난처럼 하는 것일까? 머리속은 굉장히 혼란스러워진다. 밤이 늦었는데 잠은 안오고 괜시리 불편해지기만 한다. 여론 조사로는 내가 많이 뒤쳐진다고 한다. 인터넷에서는 나름 인기가 있다고 하던데 ^^;; 지지해주는 분들이 내가 출마하는 지역구 분들이 아니라 왠지 아쉽다.

달콤한 코코아 한 잔을 마시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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