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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컨텐츠 연구

LG가 불이 난 이유

무량수won 2013. 5. 15. 19:16



참 웃긴 일이다. 그런데 나는 조금 슬펐다.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지만...

나이가 어린 사람들이 어른들과 대화를 할 때면, 꽤 많은 부분에서 답답해한다. 젊은 사람들이 아무리 말해도 어른들은 쉽게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왜 어른들은 엉뚱하게 대답을 하는 것인지 젊은 사람들도 어른들이 이해못하는 만큼 어른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세대간 이해가 힘들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속도다. 

이 통화에서도 들을 수 있듯이 상담원의 말은 전화를 거신 어르신의 말보다 물리적으로 빠르다. 물론 상담원이 잘못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는 업무를 위한 속도의 말이었고, 나름 천천히 그리고 열심히 설명을 하려고 했으니까. 왜 어르신은 LG가 불이 났다라는 식으로 들을 수 밖에 없었을까? 그건 물리적인 속도 외에 생활 속의 속도에서도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영어에 익숙치 않은 어르신에게 유플러스는 불이났다와 비슷하게 들렸을 것이다. 그렇다면, LG는 어떻게 알아들었냐고 반문할 수 있을 것이다. 그건 아무리 영어라고 해도 어르신들에게 익숙한 단어기에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유플러스는 최근에 생긴 엘지통신의 브랜드 이름이기 때문에 이 단어에 익숙치 않은 어르신에게 유플러스가 브랜드 명이이 아닌 다른 한국어라고 생각하게 되었을 것이다. 

이런 사회적 속도 차이는 10대들과 나름 젊다고 여겨지는 20~30대 사이에서도 나타난다. 요즘 10대에게 축약된 단어가 유행이다. 축약된 단어는 그들만의 언어가 되었다. 하지만 그 단어를 접하는 20대와 30대는 도대체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하나의 단어를 완전하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줄이고 또 줄여버리기 떄문이다. 그들 사이에 있지 않는 이상 그 단어의 의미를 알기란 쉽지 않다. 이건 그만큼 10대들은 지금의 20대와 30대들이 10대 시절에 겪었던 속도와는 또 다른 속도로 살아가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 할 수도 있다. 

이 통화도 그와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 지금의 20대와 30대가 10대의 축약된 단어를 못알아 들어서 갸우뚱 거리듯이 통화 속 어르신도 유플러스라는 생소한 영어단어에 갸우뚱 거렸을 것이다. 


때문에 이 통화를 듣고 그냥 웃기다하고 넘어가고 끝낼 것이 아니라 세대간의 속도의 차이도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건 아닐까? 어쩌면 지금의 젊은 이들에게 필요한 건 못알아듣는 어르신의 행동에 마냥 웃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쉽게 설명하고 좀 더 어르신들의 문화에 맞춰 이야기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논의해야 할 때는 아닐까? 

지금의 젊은이들이 20년 후 혹은 30년 후에 통화 속의 어르신과 같은 모습으로 전화를 받을 수도 있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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