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작은outsider의 생각누리

(소소한 이야기) 고구마 렌즈와 리뷰 그리고 내구성 본문

문화 컨텐츠 연구/블로그란

(소소한 이야기) 고구마 렌즈와 리뷰 그리고 내구성

무량수won 2013. 7. 4. 19:39




사실 저 같은 사람에게 DSLR이라는 것 자체가 사치에 가까운 물건이긴 합니다. 비싼 것도 비싼 것이지만 그 무게도 만만치 않거든요. 그럼에도 그 카메라를 메고 돌아다니던 이유는 그만큼 사진에 대한 애정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치일 수 밖에 없었던 카메라기도 하지요. 그래도 DSLR이 있다면, 최소한 길다란 대포같은 렌즈 하나쯤은 있어야 DSLR을 들고다니는 이유에 충족되는 것이 아닌가 싶었어요. 멀리 있는 대상을 가까이 있는 것 처럼 찍는 망원 렌즈 말이지요. 그러나 렌즈 하나 사려고 보니 가격이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비싼건 천만원 단위에 있었고 사람들이 좋다고 칭송하는 것들은 백만원 언저리였지요. 렌즈 하나 사려고 하니 지갑이 덜덜덜 떨렸습니다.


그래서 싼거!! 싼거!!! 입으로 되뇌이고 머리로 반복적으로 떠올리면서 인터넷을 뒤적뒤적 거렸습니다. 그리고 눈에 띈 싼(?) 렌즈가 있었지요. 바로 매니아들에게 고구마라고 불리는 시그마사의 APO DG 70-300mm 였습니다. 새로운 정품이 20만원 대였습니다. 사람들의 평도 살펴봤지요. 인터넷 블로그 및 이런 저런 평들을요. 사람들이 가격대비 성능이 좋다고 했습니다. "그래 이거야!!" 환호를 지르며 냉큼 구입했습니다.


렌즈가 무겁고 화각(카메라에 비춰지는 화면의 넓이)가 넓지 않아서 많이 쓰지 않다가 작년(2012년) 말쯤 이왕 비싼돈 주고 산거 열심히 써보고 숙달시켜보자는 마음에 열심히 들고 다녔습니다. 아... 어깨진짜 아팠습니다. 사진찍고 들어온 날이면 카메라 가방맨 쪽 뿐만 아니라 카메라 맨 쪽 어깨에 언제나 붉은 자국이 훈장처럼 남았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그래요. 고장이 났습니다. 렌즈를 자동으로 초점맞추게 해주는 곳이 고장이 났습니다. 드르륵 드르륵 AF모드롤 설정할 때마다 요란한 소음이 나기 시작한 것이지요. 안되겠다 싶어서 수리센터를 찾아갔습니다. 그랬더니 수리비가 5~6만원 쯤 한다고 하더군요. 네. 그정도 수리비 감수할 수 있습니다. 저의 잘못된 카메라 습관 때문이고, 저의 잘못된 보관 방법 때문이라면요. 제가 좀 더 조심히 다루고 조심이 보관하면 되니까요. 그런데 수리기사님의 말을 듣고 수리하기를 포기했습니다.


원인이 많이 사용해서랍니다. 아니... 카메라를 쓰려고 사는 건데 많이 사용해서 고장이 나다니요. 그동안 무거워서 그리고 뭔가 비싼거라서 조심조심 쓰던 것을 이제서야 좀 손에 익고, 눈에 익어서 쓸만해 지려고 했는데,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많이 써서라니요. 20만원 넘게 주고 구입한 렌즈의 내구성이 이정도 밖에 안되는 것이라니요. 당연히 물어봤지요. 교체하면 괜찮은 거냐구요. 아니랍니다. 이건 싸구려 모델이라 수리하교 부품 교체해봐야 금방 고장이 난답니다. 지금처럼 많이 쓰면요. ㅜㅜ





그 어떤 블로거도 전문가라 자처하는 블로거들 그 누구도 이 모델의 내구성 이야기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카메라를 비싼값 주고 사는 사람은 그만큼의 내구성도 기대하기 마련인데, 그런 이야기 없었습니다. 그저 그들은 색감이 어떻고 화각이 어떻고 등의 이야기만 주구장창 써놓았습니다.


아니...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잖소!! 카메라를 비싼돈 주고 사는 사람이라면 그만큼 자주 쓸 것이란 계산을 하고 큰마음 먹고 구입하는 것인데, 내구성 이야기가 쏙 빠지다니!! 물론 알았습니다. 그들이 제대로된 그리고 정말 중요한 이야기는 빼놓고 안할 것이란 사실을요. 리뷰로 먹고사는 블로거들이 그런거 이미 알았음에도 왠지 배신감이 느껴집니다. 한두번 찰칵 거려보고 리뷰를 한다고 쓴 그들을 믿은 제 잘못이지요.


서비스 센터에서 싸구려라 금방 고장난다고 말할 정도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믿기지 못할 형편없는 내구성에 속아왔는지 알수 있겠지요? 제가 그렇게 많이 사진을 찍었던 것일까요? 한달에 두세번 3~4시간 정도 돌아다니면서 찍었습니다. 그것도 올해 들어와서의 이야기지 작년까진 이 고구마 렌즈 무서워(?)서 많이 쓰지도 않았었습니다. 이런 제가 너무 많이 사진을 찍었던 탓일까요?


누구 탓할 것은 아닙니다. 네 괜히 리뷰하는 블로거들 트집잡는 것입니다. 맞아요. 그들이 뭘 알겠어요. 그냥 한두번 찰칵거리고 제원이랍시고 적혀있는 것을 끄적거렸는데, 그리고 이렇게 저렇게 화사하게 찍어놓고 이거 좋다고 칭찬한 것 뿐인데요. 그러면 이것 저것 회사에서 챙겨줘서 받은 것 뿐인데요. 그들의 리뷰는 그런 것이었는데요. 그걸 제가 몰랐던 것도 아니구요. 그런데 좀 기분은 나쁘더군요. 하...



누군가에게는 얼마 안되는 돈이지만 저는 꽤 신중하게 판단하고 결정해서 사용한 돈이었습니다. 평소에 사진에 관련된 커뮤니티에 잘 다니지 않은 탓도 있겠지요. 저의 게으름(?) 탓이라면 어쩔수 없지요. 그래도 그게 참...


씁쓸하네요. 분명 잘못한 사람들이 많은데, 따질 수는 없는 이 상황이 웃기기도하구요. 리뷰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돈을 받는 다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사용한다는 것의 정의는 무엇인가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20만원짜리 소모품 렌즈라니...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