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작은outsider의 생각누리

(뉴스읽기) 수능이 애초에 왜 만들어졌나? 본문

잡담 및 답변/시사잡담

(뉴스읽기) 수능이 애초에 왜 만들어졌나?

무량수won 2014. 11. 25. 13:36

수능이 애초에 왜 만들어졌나?


수능시험을 만든 교수의 인터뷰를 읽었다. 라디오에서 인터뷰 한 것을 글자로 옮겨 기사화 시킨 뉴스인데, 이 인터뷰를 보면서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나름 교육관은 올바랐고 취지는 좋았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이 좀 웃긴다. 뭐 대학 교수라는 직종에 있는 사람들이 현실성이 엄청나게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은 인정한다. 하지만 어떻게 현실을 몰라도 그렇게 모르고 있고 그리 순진할 수가 있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우선 이 사람은 대학들의 본고사에서 수능이라는 제도로 입학 시험 전형을 바꾼 사람이다. 참고로 본 고사란 대학이 각자의 대학에서 자신들이 가르치는 학습에 따라 올 수 있도록 시험을 각자 치뤄 학생들을 걸러냈던 시험을 말한다. 그래서 좋은 학교로 알려진 학교 일수록 본고사 문제도 꽤 어려운 난이도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수능이 처음 도입 되었을 때, 수능이 본고사보다 좀 더 수월한(쉬운) 학습량을 요구했기 때문에 우스겟소리로 본고사 세대들이 수능세대들을 깔본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도 중요한 것은 수능은 처음 도입될 때부터 대학들의 학생 선발 기준이 될 수 밖에 없었고 또한 그렇게 하도록 정부가 권장 혹은 강제 했다. ㅡㅡ;; 그런데 처음 의도 했을 때 지금 처럼 수능시험으로 학생들을 줄세우는 기준으로 변질 될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라... 그럼 대체 그는 뭘 예상한 것인가? 처음 수능이 도입 될 때부터도 수능은 학생들 줄세우기 용으로 사용되었는데 말이다. 내가 좀 이 인터뷰에 대해서 부정적인 이유는 수능을 만들었다는 사람이 수능을 기획 또는 만들 때부터 자신만의 환상 속에 살고 있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나는 그가 내세운 교육론은 전적으로 찬성한다. 그가 인터뷰 내내 했던 교육이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한 이야기는 모두 옳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가 수능이란 시험을 만들 때 지금과 같은 혼란과 아이들 줄세우기를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은 일부러 모른척 하는 것이 아니라면, 세상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순진 무구한 "멍청이"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교육에 관한 전문가인 사람이 그 전문 분야에 대한 일을 모르고 있었고 생각치 않았다면 멍청한 것이 맞다.


따로 링크도 걸지만 어짜피 이 글 보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링크를 클릭해가면서 글을 읽지는 않을 테니 해당 기사의 핵심만 추려서 갈무리 한 것을 보여주도록 하겠다. 전반적으로 인터뷰는 우호적으로 이뤄졌고, 전적으로 그의 변명(?)과 교육 철학에 대해 듣는 인터뷰였다. 뭐 사실 이 인터뷰를 한 이의 전 사람인 김현정도 날카로운 인터뷰를 하지는 않았지만 익숙치 않은 사람이라 그런지 괜시리 좀 인터뷰 질에 대한 불만이 좀 있다. ㅡㅡ;;



< CBS 인터뷰 보도 >





갈무리 된 화면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나? 물론 내가 주저리 주저리 사족을 달길 했지만. ㅡㅡ;;


앞서 이야기 한 결론처럼 수능을 만들었다는 저 교수가 왜 저렇게 생각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그가 이 수능 시험을 시행 한 것이 1993년이기 때문이다. 이 1990년대는 대학이 우후죽순 처럼 생겨난 상황이었다. 점점 기업형으로 변질되어가고 있었고, 각 대학가에서는 기업화 되어가는 대학에 대한 비판이 쏟아져 나오던 시기였다. 물론 당시에도 군부 독재 타도가 가장 큰 화두였지만, 그에 못지 않게 시끄러웠던 이야기가 대학의 기업화였다. 상아탑이 우골탑이란 이름으로 우스갯소리로 변해가고 있음을 그가 모르고 있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게다가 다른 곳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학 내부의 이야기다. 대학 내부의 사정을 대학교수가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더불어 교육정책과 관련된 교수가 대학의 변화와 현실을 몰랐다고 한다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그의 말처럼 교육은 공부에 재능이 있는 사람만 데려다가 공부 잘하는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교육은 공부에 흥미없는 사람도 데려다가 사람으로서의 기본과, 사회에 속한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기본, 및 다음 세대를 위한 준비자로서의 기본을 다듬는 곳이고 심화시키는 곳이다. 교육의 본질은 여기서 출발해야 되고, 지식은 그 기본 위에 세워져야 한다.


때문에 대학은 단순히 지식을 주입 시키는 곳으로 남아서는 안된다. 특히나 심화된 지식은 심회된 만큼이나 위험하다. 그것이 설사 위험한 폭발물을 다루지 않는 인문학이라 할지라도 지식은 깊이만큼 위험하다. 깊은 지식은 올바르게 사용하면 사회에 큰 도움이 되지만 그것을 악용하면, 앉은 자리에서 글자 몇개로 사람을 죽일수도 있고 지나가는 말 한 마디로 수천명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가 학업 성취가 좋은 사람을 그대로 학업 성취가 좋은 사람으로 내보내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고 하는 본질적인 이유는 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표현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 말이다.


이런 이유로 나는 그의 교육적 철학은 동의하지만, 그가 시행했던 수능의 본질과 현실 그리고 변화에 대한 예상에 대해서 반대하는 것이다. 



하나 더 이야기하자. 갈무리 된 화면에서 내가 밑줄을 그어 놓지는 않았지만 그는 대학에게 학생 선발의 자율권을 줘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이 점 때문에 내가 그가 과거에도 순진했고 여전히 순진하다고 생각을 하지만, 다소 그의 심중에 대한 의심을 하는 이유기도 하다. 왜 그러냐면, 현재 대학은 이미 하나의 기업이 되었다. 그가 속해있는 고려대도 그렇고 라이벌이라 칭해지는 연대도 그러하며 하물며 한국 대학의 기준이 되는 "국립" 서울대도 하나의 기업처럼 변질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이 학업 성적이 뛰어나지 않은 학생들을 뽑아서 학업성적도 좋고 인성도 좋은 학생으로 길러내고 만들어 낼 수 있을까? 과연 대학들이 그런 생각이 있을까?


나는 1990년대도 그러했고, 20년이 지난 지금(2014년)도 그럴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정말 대학이 그럴 생각이 있었고 좋은 교육을 할 단체였으며 조직이었다면, 각 대학들이 학생들의 등록금을 산처럼 쌓아놓고 모셔두거나 땅장사를 하기 위해서 여기저기 지방에 땅을 사 쟁여두지는 않았을 것이고, 화려한 건물을 지어 건물 월세장사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월세 장사는 대표적으로 홍익대가 유명하다). 정말 생각 있는 대학 조직이었다면, 학생들의 교육의 질을 위해 정교수들의 수를 늘렸을 것이고, 대학에 출강하는 강사들에게 생존할 수 있는 최소한의 보호장치를 마련해 주었을 것이며(대학 강사들을 최저 생계비도 벌지 못해 몇 년째 여의도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각종 대학의 기자제들을 최신으로 유지까진 아니더라도 30~40년된 기자제들을 고이 고이 모셔두고 교육이랍시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기자제는 아끼는 수준이 아니다. ㅡㅡ;;;


설사 그들이 노무현 정부 시절에 사학법 개정안에 극렬하게 반대했더라도 학생들을 위한 제도와 장치 및 투자를 했다면 인터뷰한 교수의 말에 나는 전적으로 동의했을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대학들이 그러했나? 또한 소위 한국 대학의 지표라고 할 수 있는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를 비롯해 수많은 대학들이 무슨짓을 했는지 보았다면, 절대 동의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다. 내가 그의 말이 이렇게 거칠(?)게 반응하는 이유는 이런 현실을 애써 그가 모른척 하거나 정말 모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말 그는 이런 현실을 모르고 있는 것일까? 정말로?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