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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읽기) 엑티브 엑스를 없애라고 지시내리니 이름만 바꿨다

무량수won 2015. 1. 15. 10:53

이 뉴스를 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전형적인 관료형 인간들의 일처리"였다. 이게 대한민국 정부에 가장 보편화 되어있긴 하지만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기업 전반적으로 팽배한 상황이란 사실말이다.


< CBS 인터뷰 기사 >


일단 링크 된 기사의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엑티브 엑스란 프로그램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인터넷 금융거래를 하려면 필수로 깔린다. 이 프로그램은 금융거래를 위해서 강제적으로 깔리는데, 해커들이 이점을 악용해 나쁜 프로그램들을 이 엑티브엑스처럼 꾸며 많은 사람들의 컴퓨터에 깔아둔다. 이렇게 깔아두면 금융 정보를 개인 컴퓨터에서 빼내서 은행에 있는 돈을 모조리 빼낼 수 있다. 그래서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컴퓨터 전문가들은 이미 십년 전부터 엑티브 엑스 좀 없애라고 요구했다.


박근혜 정부들어서 이 엑티브 엑스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매우 거세졌다. 이유는 은행들의 개인 정보 유출 사고 때문인데, 이건 이야기가 길어지니 설명은 생략한다. 이런 이유로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 이에 대한 대책을 내놓은 것이 엑티브 엑스를 없애라는 것이었다. 실질적으로 이 두 문제(은행의 개인정보 해킹과 엑티브엑스)는 크게 관계는 없지만 엑티브엑스란 프로그램의 태생적 보안상 위험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나쁜 대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미 지시했어야할 사항이기도 하고...


이 엑티브엑스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외국에서는 이용자가 깔아야 할 프로그램을 줄이고, 해당 사이트가 자체적인 보완 시스템을 구축해놨다. 당연히 엑티브엑스는 쓰이지 않게 된다. 사용자의 이용패턴을 예측해 당사자임을 판단하는 프로그램 등 대체할 기술은 있다. 문제는 이런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약 1~2년 정도.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엑티브엑스는 여전했고, 별다른 진척이 없어보였다. 앞서 말한대로 그런 시스템 구축(이용사 사용패턴 등 자료수집)하는데 시간도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벌써 성과가 나올 수가 없는 문제기도 하다. 이에대해 빠른 결론이 나오지 않아 대통령은 그저 닥달하기만 했다.


그 결과 책임자는 엑티브엑스란 말만 없애고 실행파일을 다운받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이게 무슨 소리냐면, 소고기가 위험해서 소고기 판매를 금지시켰더니 포장지에다가 소고기란 글자를 지우고 한우라고 써서 파는 것이란 이야기다. 결국 같은 것인데 이름만 바꿨다는 말이다.



내가 이 기사에서 유심히 본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소고기가 위험해서 금지를 시켰으면 소고기가 아닌 돼지고기를 팔던지 닭고기를 팔아야 하는데, 소고기는 그냥 두고 이름만 바꾸는 행태 말이다. 예전에 자주 쓰던 말로 눈 가리고 아웅한다고 한다. 이게 정부가 하는 일의 전형적인 패턴이다. 더불어 많은 대한민국의 기업들이 일하는 방식이기도 하고.


이런 일이 왜 일어날까? 첫째는 일을 지시하는 사람이 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때 발생한다. 소고기 판매를 금지시킨 사람이 소고기와 한우란 단어의 차이를 모르니까 소고기 포장지에 소고기만 지우고 한우를 적어놓아도 모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아랫사람은 급한대로 이름만 바꿔놓고 대책이랍시고 내놓는 것이다. 이것이 대부분 관료사회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 중에 하나인데, 윗자리에 올라간 사람들 대다수가 실무를 경험하지 못한채 올라가거나 변화한 실무를 알지 못하고 지시만 하기에 벌어지는 일들이다. 그러니 실제로 눈가리고 아웅하는 일이 벌어져도 눈치를 채지 못할 수 밖에 없다.


대통령이란 위치가 모든 일을 이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안맞는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다. 그럴 수 있는 문제기는 한데, 저 문제가 그렇게 높은 지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문가도 아니라 컴퓨터의 기본적인 상식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런 것도 모르고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는 대통령 자리에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정도도 이해하지 못하는데, 그 복잡한 세계 경제 이야기와 정치 외교 현황은 어떻게 이해할 수 있단 말인가? 또한 본인이 이해못하더라도 주변에서 그에 대한 조언을 해줄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저런 상식적인 이야기도 해줄 사람도 없는 청와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민폐가 아닐까?



둘째는 업무 당사자에 대한 믿음이 없어서 나온다. 기본적으로 전문가에게 일을 맡겼으면 어떤 결과가 나올 때 까지 전적으로 그의 업무를 믿어줘야 한다. 그래서 그 일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에 대해 최종 책임자의 권한으로 보호해주고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오도록 도와야 한다. 문제는 한국에 그런 문화가 없다. 앞서 말한대로 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이 많이들 윗자리에 있다보니 계약(?)된 기간 안에 무조건 결과가 나와야 되고 혹은 그 보다 일찍 결과가 나오도록 채찍질만 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래에서 실무를 보는 사람들이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어떻게든 결과는 나와야 하니 슬쩍 이름만 바꿔놓고 끝내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사실 모든 사람들이 실무를 다 알수는 없다. 그건 개개인의 특성 때문이기에 누구를 탓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 업무를 추진하고 관리하는 사람이라면, 최소한 해당 업무에 관해 실무진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려고 하고 그들의 고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업무상의 문제점이 발생하거나 시간이 지체되면, 그에대한 고충을 결과를 기다리는 사람에게 제대로 설명할 수 있으니 말이다.



만약 대한민국 대통령이 엑티브엑스에 관해 제대로 된 이해를 가지고 있거나, 혹은 그녀의 전문가들을 제대로 보호할 줄 알았다면, 그저 실무진을 닥달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진행상황에 대해서 국민들에게 보고해야 함이 맞다. 어느 정도 되었고 얼마 정도의 기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시스템이 완성되어 엑티브엑스를 한글을 쓰는 인터넷세상에서 사라지게 할 수 있다고 설명해야 하는 것이 맞다. 너무 전문적인 이야기라 대통령이 소화하지 못한다면 해당 부처의 장관이라도 그렇게 이야기 하고 설명해야하는 것이 맞다.


또한 그런 일을 하는 것은 정부 뿐만 아니라 관리자 급의 회사 임원(?)들이 하는 일이고, 마땅히 해야할 일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대통령도 그렇고 장관들도 그러하고, 기업의 임원들의 대다수가 그런 행동은 하지 않는다. 그냥 닥달하고 쪼고 몰아 붙인다. 그러면 나오는 결과물은 언제나 오류투성이고 금방 부실해지고 무너진다. 그러면 또다시 고치고 다시 같은 일은 반복되고 결과물은 언제나 오류 투성이로 만들어진다. 그러면 10%로 할 수 있는 일을 200%나 되는 힘을 들여서 반복하게 된다.


이것이 관료주의의 가장 큰 폐해다. 앞서 말한대로 지금 대통령과 대한민국의 수 많은 기업들이 겪고 있는 상황이다. 나는 이 인터뷰 기사가 그런 폐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러고보니 IT쪽에선 이 문제가 더 심각하다던데...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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