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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및 답변

내 글을 내가 평가해 보다

무량수won 2010. 8. 31. 20:49







나 스스로 글을 평가한다.

솔직히 좀 웃긴 이야기다. 다른 사람이 평가해주는 것도 아니고 내가 나를 평가하다니. 결코 객관적일 수도 없고 누군가에게 인정받을 수가 없는 놀이일 뿐이다.

알고 있다. 내가 내 글을 평가하는 것이 정확하지 않을 것이고, 또 그럴 수가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내 글을 스스로 평가해보려는 이유는 누구보다 내 글을 많이 읽는 사람이고, 누구보다 내 글에 대해서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내가 스스로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하면 고쳐지지 않고, 이렇게 남겨두지 않는다면 내글에 대해서 생각할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내가 내글을 많이 보고 생각한다는 사실은 남들보다 내글을 더 잘 평가할수 있는 근거가 되어주는 이상한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내글에 대해서 내가 한번 평가를 해보기로 하겠다.






블로그를 해오면서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내가 나만의 느낌을 열심히 적었다는 것이다. 평소에 글쓸 일이라고는 학교에서 숙제할때나 대학다니면서 과제를 제출하면서 썼던 것들을 통해서일 뿐이었다. 덕분에 처음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할 때 내글은 마냥 딱딱할 뿐이었다. 지금도 그 딱딱함이 전부 사라지진 않았지만 예전보다는 덜 딱딱하다고 말할 수 있다.

이전에는 딱딱함과 더불어 내 글과 말에는 어려운 단어들이 넘쳐났었다. 언젠가 말을 했었는지 모르겠지만 어린시절에 나는 어려운 한자어들을 쓰는 것을 매우 자랑스러워했다. 한자어를 쓰면 주변의 어른들도 그랬고, 친구들도 나를 아는 것 많은 잘난 놈으로 인정해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상은 잘난 것 하나 없다. 지금 백수로 지내는 것만 봐도 ㅡㅡ;;;;

그 무지막지한 한자어에다가 90년대 이후 불어 닥친 영어의 광풍은 잘난척을 하기위해서 더 이상 한자어를 써야하는 것이 아닌 영어단어를 섞어써야한다고 강요했다.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서 당연히 나도 영어 단어를 섞어쓰기 시작했다. 알지도 못하는 영어단어를 전문가인 척하고 아는 척을 하기 위해서 열심히 섞어서 썼다.

세상은 그런 나에게 또 한번 아는 것이 많은 잘난 놈으로 만들어줬다. 덕분에 우쭐하고 다녔던 적이 있긴하지만 이번에도 실상 아는 것은 별로 없었다. 그저 "빛 좋은 개살구" 그 이상은 아니었다.




어린시절부터 이런 어렵고 딱딱한 글과 말을 쓰던 나였기에 어른이 되어서 나를 바꾸기란 쉬운 것이 아니었다. 나야 노력한다고 열심히 애를 쓰지만 머리속에 깊숙히 박혀있는 것을을 뽑아낸다는 것은 눈물나게 어렵다. 아직도 어렵고 딱딱한 글쓰는 것이 더 쉽다고 생각되니 두번 말할 필요도 없다. ㅜㅜ


왜 였는지는 이제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내 스스로 어렵고 딱딱하기만한 글은 내가 해야할 일이 아님을 알게되었다. 아마 누구나 어렵고 딱딱하게 쓰면서 잘난척을 하고 싶어하는 모습을 많이 봐왔기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다. 나도 그랬지만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저런 글이 좋은글이라고 칭송하는 경향이 있으니...

어려운 글은 읽기는 어렵지만 읽고나면 왠지 내가 한층 유식해진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즉 글쓴 사람과 더불어 읽는사람도 유식해지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저런 글의 마력이다. 나도 그렇고 나와 이야기 하던 사람들이 이런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예를 들면 버스를 타고 가면서 친구와 대화를 하면서 괜히 영어단어 하나 더 넣으면서 열띤 토론을 하는 것 처럼 말이다. 이렇게 친구와 이야기 하면, 나도 그렇고 친구도 '주변사람들이 우리를 유식하게 볼것이다.' 라는 상상을 하게 된다. 당신은 그래본적이 없다고?? 그러면 내가 할말이 없다. ㅜㅜ






이런 마약 같은 느낌을 뒤로한채 나는 열심히 내 글과 말속에 불필요한 영어 단어를 버리고 한자어들을 버리기 시작했다. 참 재미난 사실은 이런 것에 신경을 쓰다보니 글 속에서는 어느새 짜임새 있는 글이라는 느낌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하나를 바꾸려고 하니 다른 곳에서 문제가 터진 것이다. 쉬운글을 쓰겠다는 목적으로 글쓰는데, 그 중심을 말하듯이 자연스러움에 두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잘 느끼지 못하지만 사람들 간에 대화에는 구조가 체계적이지 않다. 아무리 조리있는 말로하는 대화라 하더라도 글로 옮겨놓으면, 앞에서 했던 이야기와 뒤에서 하는 이야기가 달라져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내글은 이처럼 말하듯이 쓴 글은 대화를 하면서 생기는 문제점을 그대로 안고 와버린 것이다. 무슨 논개도 아니고 말이야. 왜 같이 따라오는것인지...




지금은 이런 저런 노력속에 내 블로그에 쓰여지는 글은 문제점 투성이에 엉망진창이 되었다. 이래서 글은 아무나 쓰는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정말 글을 잘쓰는 사람들의 글을 읽다보면 부끄러워 미칠것만 같다. ㅜㅜ

그렇다고 이런 저런 단점을 그대로 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구조가 이상해지는 것은 예전보다 한 번더 글을 읽어보고 앞뒤 이야기가 제대로 이어지는가를 살펴야 할 것이고, 혹시나 나도 모르게들어간 영어단어나 한자어가 없는지 살펴봐야할 것이다. 이럼에도 이런 단점들이 고쳐질지 안고쳐질지에 대해서 나는 장담 할수 없다.

나는 그저 글을 쓰고, 읽고 생각해보고 다시 읽는 일들을 계속 할 것이다. 글의 이상한 점을 찾다보면 끝이없이 고민해야되는 것이기에 글을 쓸때 고민과 고치면서의 고민 시간이 많이 길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글을 쓰더라도 시간이 지난후의 글들을 계속 스스로 읽고 생각한다면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결국은 감정에는 충실해졌지만 글이 엉망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ㅜㅜ


그나저나 이렇게 한줄로 요약이 되는 것을 나는 왜이리 길게 쓴 것일까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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