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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어느 겨울날의 잡담. 본문
아침.
아침에 일어나면 습관적으로 컴퓨터 전원 버튼을 누른다. 꾸~~욱.
윙~ 하는 컴퓨터 소리와 함께 윈도우가 시작되는 소리가 들리고 너무나 익숙해져버린 화면이 보여진다. 이제 습관적으로 인터넷 브라우저를 클릭하고 내 블로그에 사람들이 얼마나 다녀갔는지 확인한다. 밤새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기를 바라고, 밤새 나도 모르게 내 블로그가 인기 블로그가 되어있기를 바라지만 그런일은 흔하지 않다. 전날과 비슷한 사람들의 숫자. 숫자를 보고 이내 실망한다.
그리고 예약 되어있는 운전면허기능시험장에 가기 위한 준비를 한다. 비교적 가까운 거리의 강남운전면허시험장. 대충 머리를 감고 세수를 하고나서 동네 건달마냥 편한 복장으로 삼성역으로 간다. 이번이 6번째 도전. 첫날이었나? 두번째 시험을 볼때였나? 시험을 보러갔는데 관리하는 경찰관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여기에서 시험보는 사람들의 합격률이 높지 않다고. 그만큼 같은 기능시험장임에도 불구하고 익숙치 않은 차량과 익숙치 않은 거리 탓일 것이다.
동생이 5번째 시험에서 떨어지고 집에 왔을때 동생이 한마디 건넸다. "형이 무슨 차사순 할머니야?" 아직 젊은데다가 남자인데 창피하지도 않느냐는 뜻이었을 것이다. 솔직히 창피했다. 첫 시험에서는 그러려니했다. 두번째 시간 부족으로 종료 지점 앞에서 1점 깍이는 순간 안타까워 미치는줄 알았다. 세번째와 네번째는 난데없이 언덕에서 시동이 꺼졌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가속패달을 밟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운전학원에서는 그런거 없이 브레이크와 클러치로만 넘어가는 것을 알려줬다. ㅡㅡ;;; 세번째 떨어지고 나니까 어의도 없었지만 화도났다. 괜히 내가 인간같지도 않아 보였다. 이런 이상한 자기 비하하는 생각이 머리속을 맴돌았다. 이후 연속된 시험에 떨어질때마다 이런 감정이 이어졌다. ㅜㅜ
다섯번째에는 곡선에서 막 나와서 신호를 봤는데 주황색이라 멈췄더니 신호무시로 점수 깍이더니 실격이란다. ㅜㅜ 정지선을 넘기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 무심결에 내 신호인지도 모르고 멈춘것이다. 결국 여섯번째에 붙었다. 에휴... 집으로 돌아오는길은 기쁘기도 했지만 창피한 마음이 컸다. 내가 나쁜일을 저지른 것도아니고 굳이 부끄러워 할 것도 없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지하철을 타고 돌아다니다 보면, 문득 이런 문구의 광고를 보게 된다.
여성사업가 입니다. 직원을 구합니다. 남자.
이건 직원을 구하는 것인지 자신이 여자이니 와서 만나보고 사겨보자는 뜻인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에메모호하다. 그리고 그 회사에 직원으로 지원한 사람들은 무슨 생각으로 지원을 한 것일까? 혹시 여사장과의 야릇한 하룻밤을 꿈꾸었던 것은 아닐까? 뭐 이런식으로 사원을 뽑는 곳이나 이런 식의 광고를 보고 회사를 선택하는 사람 모두 제정신은 아닐 것이다. 내가 내린 가장 유력한 결론은 이런 회사는 다단계나 일거리 소개업체일 가능성이 높다.
방안.
집에 돌아오니 너저분하게 널려있는 옷가지며, 책상에 한가득 쌓여있는 책이 눈에 들어온다. 항상 치워야된다는 생각만했다. 연속된 기능시험의 탈락으로 기분이 오르락 내리락 했었기에 정리할 생각을 못했다. 그런데 기능시험 통과를 하고 마음이 안정되니 자꾸만 눈에 들어온다. 게다가 요몇일 동안 부모님께서 집 수리를 위해서 집안 곳곳에 숨어있던 책을 싸그리 내가 거주하는 방에 넣어주셨다. ㅜㅜ 안그래도 책에 파뭍히게 생겼는데...
내일쯤... 다 정리해야 할듯 싶다. 이래놓고 안할 가능성이 60%쯤 되지만. 여기저기 널부러진 옷가지며, 어느새 높은 탑이 되어버린 책들과 이런 저런 낙서가 되어있는 종이들이 이제는 자꾸 눈에 띤다. 그동안 중단했던 주말에 조조로 혼자 영화보기와 자전거 타고 한강가기도 계속 해야할 듯. 그러고보니 잠시 멈추었을 때는 여름 막바지였던듯 싶었는데 어느새 겨울이다. 아흐... 밖에 나가기 싫다.
이렇게 그럭저럭 하루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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