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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및 답변

밥, 감기

무량수won 2010. 11. 25. 17:44


밥.

나는 밥을 배가 고파져야 먹는다. TV에서나 주변에서나 밥은 때에 맞춰서 먹어야 한다고 난리다. 하지만 나는 배가 고프지 않으면 먹고 싶지 않다. 가끔 억지로 먹어 넘길때가 있기는 하지만.

좋은 것은 내 의지대로 살아간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고, 나쁜 점은 배가 고플때 먹게 되면 엄청난 양 때문에 폭식으로 이어질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내 몸에 붙은 살이 빠지지 않는 것을 안다. 남들과 같은 방식으로 살기 싫다는 어거지스러운 욕심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그러고보니 군대에서는 규칙적으로 밥도 먹고 운동을 했는데 왜 살이 안빠졌던 것인지 모르겠다. 초코파이를 많이 먹어서 그런가 ㅡㅡ? 초코파이가 참 달콤하긴 했다. 내일 집에 오면서 비슷한 것으로 하나 구입해야겠다.



감기.

주변 사람들은 내가 감기에 걸려도 감기에 걸린 것인지 아닌지 구분을 하지 못한다. 평소에도 잔기침이 많기에 그 기침이 그저 평소에 하는 기침인지 감기에 걸려서 하는 기침인지 구분을 하기가 어렵다. 그러다보니 처음 보는 사람들은 내가 하는 기침 때문에 종종 감기에 걸렸느냐고 물어본다. 하지만 3~4년 지나야 한번 걸릴까 말까하는 것이 나에게 오는 감기라는 것의 정체다. 걸렸었는지도 모르게 지나갔을지도 모르지만. 그나마 몇일 푹 자면 말끔히 사라지기에 감기에 대한 두려움이나 걱정 따위는 하지 않고 살았다.

가끔 지독하게 감기에 걸리면 나는 매우 괴로워진다. 아프면 그것을 오히려 더 자극시켜보는 약간 변태적인 성향과 내 아픔을 아무도 모르게 하려는 심리가 맞아 떨어지면 고통은 배가 된다. 겉으로 보여지는 나를 보고 감기에 걸렸는지 아닌지 알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만큼 나는 감기에 수반되는 두통이나 이런 저런 작은 증상들과 더불어 이 고통들을 표시하지 않기 위한 싸움을 하느라 괴로움이 증가된다.



이런 행동의 시작은 아주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약간 변태적인 성향 때문에 그런 것도 있지만 어린 시절에 나는 약 먹는 것을 매우 싫어했다. 글쎄 부잣집 아이들은 시럽이라는 것을 먹었을지 몰라도 나는 그런거 구경해 본적이 없다. 어머니는 내가 감기에 걸렸다 싶으면 가루약이나 알약을 사오셨다. 어른들도 먹으면 쓰디쓴 표정을 짓는 그것을 내가 잘 넘길리 없었다. 더군다나 좋아하지 않는 것은 죽어도 하지 않으려는 이상한 고집이 덧붙여지면, 사실상 감기약이 내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억지로 어머니나 아버지가 먹여놓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곧바로 개워내기 일쑤였다. 이러니 약을 먹일수가 있나. 정확하게 몇살때 인지는 모르지만 결국 나의 부모님은 감기약 먹이기를 포기하셨다. 그 이후로 감기가 들었다 싶으면, 아프다는 티도 내지 않고 혼자있을 때만 골골거렸다. 다행이었던 것은 그렇게 몇일 지내다보면, 거짓말 처럼 감기는 사라졌다. 그저 건강한 신체를 타고 난 것에 감사하고 있다.

그리고 요 몇일 감기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 역시나 이번에도 아파도 아픈척을 하지않고, 약 하나 먹을 생각하지 않는다. 아무도 없는 방안에서 골골 거리면서. 이번 감기는 너무 오래가는 듯 싶다. 4~5일쯤 된듯 싶은데 괜찮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어제는 좀 좋아지나 싶더니 오늘 아침에 다시 심해졌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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