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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5월 31일의 잡담. 일주일. 본문

잡담 및 답변/시사잡담

2011년 5월 31일의 잡담. 일주일.

무량수won 2011. 6. 1. 00:01



나에게 있어서 일주일은 꽤 큰 의미가 있다. 아니 추억이 있다고 해야 더 옳은 표현이 될지 모르겠다. 음... 거슬러 올라가고 올라가면, 군대시절 이야기가 나온다. 당시 컴퓨터에 푹 빠져있었다. 뭐 거의 중독 수준이었다고 봐도 무방한 시기였다. 나이가 차고 넘치게 되어 늦게나마 군대를 갔고, 거기에서 매일 쓰던 컴퓨터가 없다는 사실에 매우 불안해 했었다.

군대에서 첫 일주일은 컴퓨터가 없다는 정신적 공황과 육체적인 일을 하지 않았던 생활, 그리고 봄에 찾아온 감기까지 한꺼번에 몰아닥치면서 일주일 내내 기침과 어지러움증을 달고 살았었다. 그렇게 일주일을 고생했었다. 처음으로 잠자는 도중 일어나서 약 두시간 정도 벌을서는 아이처럼 불침번 근무를 섰다가 다시 잠을 자러 가는 생활은 나 자신을 굉장히 괴롭혔었다.

다른 사람들도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일주일 후 어느정도 적응이 되었다. 컴퓨터는 더 이상 생각나지 않았고 대신 여자 생각이... 응?! 육체적인 고통을 가하는 훈련은 점점 운동처럼 변해갔다. 새벽에 잠자는 도중 깨어야만 하는 불침번 근무는 일상이 되어갔다.

그래서 그때 생각했다. 사람이란건 참 대단하다고. 절대 적응하지 못할 것 같았었는데, 어찌어찌 일주일이 지나니 살만해진 것이다.


일주일 동안 꽤 힘든 일을 했다. 아니 일이 힘들었다기 보다 그 일을 하기 위해서 하루 4시간 가량을 소비하는 것이 더 힘들었다. 가뜩이나 육체적인 노동이 많은 일을 하는데 거기에 더해진 장거리 이동은 사람을 쉽게 지치게 만들었다. 덕분에 몸 이곳 저곳에 피곤함을 표현하는 징표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입술은 부르텄으며, 눈주위는 쾡하고 기력이 없는 사람마냥 축 처져있었다. 점심을 먹고난 이후 약 30분 가량의 휴식 시간엔 꼭 잠을 자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푹신한 의자를 찾아 최대한 몸을 기울인 다음, 꿀맛 같은 낮잠을 잤다.

그리고 역시 일주일이 지났다. 참 힘들다 생각했던 일이 일상이 되었고, 힘들었던 것이 힘들다는 생각이 줄고 할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손에 지문이 사라진 듯한 느낌에 크고 작은 피멍들은 굳은 살로 변했다. 몸에 생겼던 여러 피곤함의 징표들은 점점 줄어만 갔고, 굳은 살은 훈장이 되었다.



참 이상하다. 일주일에 어떤 마법이 걸려 있는 것일까? 아니면 인간의 몸이 그 시간 만큼 하면 저절로 익숙해지는 것일까?

어쩌면 일주일이란 시간이 지나고 찾아온 긴 휴식의 시간 때문일지도 모른다.

일주일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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