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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컨텐츠 연구/블로그란

네이버 탈출기

무량수won 2011. 7. 10. 10:02


네이버 탈출기.

솔직히 말하자. 네이버를 완전히 탈출하지는 못했다. 내가 주로 활동하는 독서토론까페가 네이버에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하루에 한번 혹은 두번은 꼭 들리게 된다. 그렇게 네이버를 욕하면서....

언제부터인가 나도 모르게 네이버에 종속이 되어 있음을 느꼈다. 그것이 네이버의 까페가 활성화 되었을 때였는지 블로그가 붐을 타고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던 때였는지 제대로 기억은 나지 않지만 확실한 것은 2005년 쯤이어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당시에 네이버의 블로그, 지금은 사라진 다음의 플래닛, 네이트의 싸이월드가 대표적인 블로그형 서비스였다. 특히 싸이월드는 인기가 가히 폭팔적이라서 친구들과의 교류를 위해서 꼭 가입하고 활동해야만 하는 곳이었고, 네이버의 블로그는 싸이월드와 별반 다를 것이 없었지만 긴 글을 쓰기에 적합한 모습을 보여줬다. 반면 다음의 플레닛은 이건 싸이월드의 미니홈피와 네이버 블로그의 중간단계 쯤으로 보였는데 디자인이나 기능들이 영 별로였다.

그렇게 시작했다. 네이버의 블로그와 싸이월드의 미니홈피를. 미니홈피는 개인 연락용(?) 같은 것으로 사용하다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아서 접었고, 네이버의 블로그는 개인적인 심정을 토로하는 글들을 올렸다. 그리고 네이버에서 활동하던 독서토론 까페에 블로그에 쓴 책 감상문을 쉽게 옮길 수 있어서 나름 열심히 사용했던 것 같다. 즉 현실의 인간관계는 싸이월드로, 인터넷 상의 활동은 네이버를 통했다.

네이버의 블로그를 사용하긴 했지만 사실 제대로 된 블로깅을 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른 사람들의 블로그를 돌아다니면서 글을 읽고, 댓글을 달고, 관심이 있으면 나도 그이야기를 쓰고... 이런 블로깅 보다는 괜찮은 글은 퍼오고 어쩌다 검색으로 걸리는 블로그나 네이버 메인에서 소개해주는 글만 읽고 있었다. 가끔 TV에서 돈 좀 만진다는 블로거들 이야기 나오면, '오~~ 저런 사람도 있구나' 하고 감탄하면서 블로그에 대한 관심을 끝냈었다. 그리고 인터넷을 하면 언제나 네이버라는 공간 안에서만 놀았다. 다음이나 구글, 야후는 왜 가야 하는지 몰랐다. 아니 가도 딱히 할 것이 없었다.


네이버 밖, 세상을 접하다.

우연치 않은 기회에 네이버 밖에서 검색할 일이 있었다. 역사를 전공한 녀석이라 역사에 관련된 인터넷 상의 정보를 찾아보다가 우연히 들어간 네이버 밖의 어떤 블로그에서 글 하나를 읽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블로그에 관한 글이었는지 혹은 역사에 관한 글이었는지 잘 기억나지는 않는다. 확실한 것은 네이버안에서 볼 수 없었던 전문성과 진심이라는 것이 느껴졌다는 것이다.

네이버 안에서는 어쩔수 없이(?) 나도 그렇고 다른 블로거들도 그렇고 어떤 꾸며진 냄새가 가득했다면, 그곳은 그렇지 않아보였다. 숨막히던 도심에서 이리저리 치이고 매연에 찌들어 살다가 넓은 자연의 향을 맡은 느낌이랄까? 이런 느낌을 받고 충격을 받았다.

그냥 우스겟 소리로 혹은 지나가는 말로 네이버를 욕하면서도 사실상 네이버에 길들여(?)져 있었다. 네이버 밖에서 도데체 뭘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네이버 밖에서도 사람들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고 또 다양하고 솔직한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었다.


네이버 밖으로의 탈출 실행.

그래서 나도 결심을 하게 된다. 네이버 밖으로 나가자고. 이런 생각을 가져다 준 것이 누군가의 블로그였기에 블로그라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또 알아보게 되었다. 달랐다. 많이 달랐다. 내가 해왔던 블로깅은 블로깅이 아니라 미니홈피와 다를 바가 없었다. 역사이야기를 중심으로 하기로 하고 인터넷 상의 소문을 따라 티스토리로 옮겼다.

티스토리로 옮겨와서 처음에는 꽤 막막했다. 광활한 대지 위에 도데체 뭘 해야하는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스킨, 위젯, HTML이니 하는 소리를 했다. 네이버쪽에서는 좀처럼 알기 힘든 것들. 무조건 주렁주렁 달아보기도 하고, HTML에 대한 것도 열심히 살펴봤다. 그러다 내린 결론은 겉모양은 나중에 천천히 차근차근 바꿔도 되는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블로그의 핵심은 블로그에 쓰여지는 글이지 겉모양이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내가 블로그를 네이버 밖으로 벗어나게 했던 이유도 블로그의 글이었지 블로거들의 화려한 블로그 외관은 아니었다.

티스토리 생활이 시작되었다. 그저 티스토리 블로그 생활이었지만 블로그 하나 옮긴 것이 네이버 밖의 세상을 알게 해주었다. 네이버 밖에서 생성되는 분위기와 이야기들을 알게 되었고, 네이버 이외의 검색도 나름 괜찮은 구석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모든 정보가 네이버를 통해서가 아니라 내 주관에 의해서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네이버의 대량 살포 정보가 아닌 나만의 이야기를 찾아나서게 된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어쩌다보니 네이버는 까페 활동용으로만 활용하고 대부분의 검색은 구글이나 다음을 사용하게 되었다. 물론 네이버에 대한 반발심이 강하게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지만 네이버 중심의 생활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다. 네이버 까페 활동은 워낙에 오래 된 것이고, 또한 그사람들을 다른 곳으로 옮길 수도는 상황이라 계속 활동하고 있지만 좋은 기회가 생긴다면 독서토론 까페 활동도 밖으로 끄집어낼 생각이다.

네이버를 벗어나니 이젠 네이버 안의 이야기를 보기가 어려워졌다. 사실 관심도 많지 않지만 그렇게 네이버 안과 네이버 밖에서의 삶이 다름을 느낄수가 있었다. 어쩌면 절대 다수 네이버를 등진 모습은 반 전체를 나 혼자서 왕따시킨 느낌일 수 있다. 정말 그런지도 모른다.


2011년의 여름.

네이버 안에서의 인터넷 활용과 네이버 밖에서의 인터넷 활용 중 어느 것이 더 낫다는 것은 사실 무의미하다. 네이버 안쪽 세계도 그들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고 네이버 밖의 세계도 나름대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나는 네이버 밖의 인터넷 세상을 선택했고, 비록 네이버에 비해 비주류이지만 꽤 만족하는 삶을 살아왔다고 본다.

이글을 읽는 당신의 인터넷 삶이 네이버의 안인지 혹은 밖인지 모르겠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있다. 네이버 안에 있든 밖에 있든 서로간에는 보이지 않는 어떤 장벽이 있다는 사실. 당신이 접하는 정보는 이런 벽에 막혀있다는 사실이다. SNS가 발달해 소통은 될지 몰라도 정보는 어떤 벽에 막혀서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먼 시간이 지난 후 이 장벽이 더운 두꺼워질지 아니면 완전히 허물어져 다른 것에 의해서 새로운 장벽이 생겨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두꺼운 장벽이 가로 막고 있다.


인터넷 세계에 대한 소망.

내가 쓴 이글이 그리고 내 블로그의 많은 글들이 네이버 밖의 변두리에만 남아있지 않고 네이버 안에서도 쉽게 읽혀지는 날이 오면 좋겠다. 그리고 나도 네이버 안의 글을 쉽게 접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혹시나해서 하는 말이지만 이건 물리적인 장벽이 아니라 심리적인 장벽에 의한 정보의 단절이다. 콕찝어서 이야기 할 수 없지만 누군가에 의해서 만들어진 장벽이기에 좀 무너졌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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