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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및 답변/시사잡담

필리버스터를 보면서...

무량수won 2016. 2. 28. 08:54


열심히 챙겨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무슨 시간 끌기가 이렇게 양질인가?'였다. 단순히 시간 끌기라기보다 현대사 강의를 듣거나 헌법학 강의를 듣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얼마 전에 방영된 드라마 어셈블리에서 주인공인 진상필 의원이 진행한 필리버스터에선 그가 진행시킨 엄청난 시간의 초점이 맞춰져있었다. 물론 마지막에 감동적인 말 한마디가 나오고 끝났다. 그 드라마 광경을 보면서 실제로 필리버스터가 진행되면 누가 누가 오래버티나의 싸움이 되겠구나 싶었다. 


실제 벌어진 필리버스터는 내가 상상하던 것보다 양질의 이야기가 나왔다. 지금 인터넷에서 필리버스터가 화제로 떠오르는 이유는 단순히 국회의원들이 시간끌기 신기록을 기록해서가 아니다. 그들은 그 시간 속에서 사람들을 설득시켜나가기 위한 말로 진행을 하고, 이야기의 품질을 높이고 있어서다. 그 때문에 사람들이 '시간끌기하네'의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굉장히 유익하네'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테러방지법이라 쓰여져있고 사실상 국민 사생활 테러법인 법안이 통과되면, 가장 먼저 타겟팅이 될 대상은 현재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유는 누가 뭐라해도 새누리당 안의 대통령 장악력 때문이다. 새누리당 의원들을 말 잘듣는 인형으로 만드려면 그들의 뒷조사는 기본일 것이고, 그들의 은밀한 비밀을 손에 쥐고 있어야 될 테니 말이다. 재산도 많고 불법이 일상인 새누리당 의원들이라면 사실상 "노다지"일 가능성도 높을 것이다. 무릇 협박이란 없는 사람보다 있는 사람에게 더 잘 통하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 타겟은 대기업들이 될 것이고, 그로인해 어두운 국정원 자체 자금 및 정치자금이 형성될 것이 뻔하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야당 의원들이나 작은 중소기업들은 그저 지나가다가 쓸어 담을 수 있는 손쉬운 먹잇감이 될 것이다. 그들이 가진 것이 있건 없건 간에 말이다. 원래 폭력이란 가진자에겐 가진게 많아서 행해지고, 없는 자에겐 없어서 마구 행해지는 것이 폭력이란 것의 속성이다. 


필리버스터가 진행되는 중간 중간 의원들이 자꾸 예전 남산시절의 정보부와 안기부의 추억(?)이 언급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손쉬운 먹거리들에게 권력이 했던 미친짓은 이미 과거에 많이 보여졌다. 


물론 당장에 법이 바뀐다고 국정원이 과거의 남산위의 안기부처럼 돌아가진 않을 것이다. 히틀러가 처음부터 미친놈이 아니었던 것처럼 말이다. 당장에야 말 잘 듣고 순종적인(특히 대통령에게) 망아지가 되겠지만, 대통령이 바뀌고 점점 자신감이 붙기 시작하면 그들은 과거 안기부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심할 정도의 기관으로 변질 될 것이라고 본다. 흔히 미국드라마에서 그려지는 타락한 비밀첩보조직 처럼 변질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가 이쯤에서 좀 이해가 안갔던 점은 박근혜는 왜 안기부의 부활을 꿈꾸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대통령 자리에서 내려오면 가장 먼저 뒤통수 맞을 1순위가 박근혜 자신인데 왜 2년 밖에 남지 않은 스스로의 목을 죄는 짓을 하는 것일까? 아무리 주변에 보좌진들이 멍청하더라 하더라도, 이런 시뮬레이션 정도는 돌려서 말해줬을 텐데 말이다. 이런 상상을 하게 되면 가장 먼저 연상되는 것은 박근혜의 장기 집권이다. 이미 수 많은 이들이 박근혜가 장기 집권을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고 상상의 나래를 펼쳤는데, 이 괴상한 짓을 해석(?)하기 위해선 이 상상이 가장 논리적으로 보였다.  


왜 이런 상상이 가능한지는 검찰의 전직대통령을 향한 행동을 보면 된다. 국정원이 검찰보다 더 세지고, 더 후안무치해지는 집단으로 성장했을 때 나올 결과는 뻔한 것 아닐까? 그나마 헌법이란 족쇄를 찬 검찰이 이정도인데 그 조차도 없는 국정원이라면.... 



사실 박근혜의 영구집권이니, 국정원의 안기부로 복귀니 하는 것은 과도한 상상이다. 당장 일어나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인터넷이 발달한 2016년이나 그 이후에 벌어질 일은 아니라고 쉽게 말할 것이다. 맞다. 쉽진 않을 것이다. 그런데 가능한 상상이기도 하다. 누가 국민을 마음대로 감시하겠다는 엉터리 법안을 새누리당이 통과시켜주리라 상상이나 했었을까? 누가 통진당 의원이 정신나간짓을 했다고 정당 자체를 해산 시킬줄 알았을까? 그리고 누가 독재자의 딸을 "불쌍해서" 대통령으로 만들어주리라 상상이나 했을까? 


그저 내 상상이 단순한 상상으로 끝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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