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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대표2번을 가져간 김종인에게 화가나서 한마디 하련다 본문
화가 나니까 이야기 좀 하련다.
2016년 3월 20일 아침. 더불어 민주당에서 김종인이 비례2번 자리를 가져갔다. 여성에게 1번을 내줘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김종인은 자기가 1번자리를 꿰어찬 것이나 마찬가지다. 나야 어짜피 비례는 곧 죽어도 민주당을 뽑지 않을 인간이고, 또 그래왔던 인간이기에 별 상관없는 이야기긴 하다. 그럼에도 이 상황에 열이 받는 것은 그의 행동이 결국 사람들을 투표장 근처에서 발길을 돌리게 만들 결정이고, 민주주의를 한걸음 더 후퇴시키는 결정이기 때문이다. 이건 민주당만 망할 선택이 아니다. 결과론적으로 반(反)새누리라는 하나의 목적, 혹은 이유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결정이라서다.
왜냐면, 김종인의 이번 행동이 민주당의 이미지를 단순히 보수색이 진해진 정당이 아니라 양심도 없고 이전투구에 목을 맨 정당으로 만들어서다. 정치판에서 김종인의 목표와 진심은 중요하지 않다. 왜냐면 대중은 김종인의 진심보다 김종인의 행동과 그 행동을 해석하는 수 많은 사람들의 의견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이미지를 만드는 언론이 중요하고 인터넷의 여론이 중요한 법이다. 언론은 그렇다고 쳐도, 통제되지 않고 젊은 층들의 여론이 형성되는 인터넷 커뮤니티 안의 여론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동안 민주당을 새누리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지지해오고 행동해왔던 이들인데 말이다. 김종인 스스로가 했던 말마따나 인터넷 여론 따윈 정말로 그다지 중요하지 않는 것일까?
나는 이번 김종인의 행동은 그 어떤 이유를 만들어도 옹호되지 못할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김종인은 신경쓰지 않겠지만 민주당을 향한 인터넷 여론은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다. 아니 이미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은 후보들을 아무런 이유 없이 잘라낼 때 떨어져 나갔지만, 이번엔 그보다 더 심각하다.
이번 그의 결정이 설사 보수표로 규정된 표심을 잡을 수 있다고 해도 그동안 그들을 새누리당을 막기 위해 어쩔수 없이 지지했던 이들의 발길을 모두 돌릴 수 밖에 없다고 본다. 이미 몇번의 인터뷰로 김종인은 어쩔수 없이 새누리당을 막기 위해서 지지하던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짓을 해도 민주당을 지지해 줄 것으로 착각하고 있음을 여러번 밝혔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그의 바람처럼 사람들이 그의 이런 짓꺼리들을 보면서 민주당을 어쩔수 없이 지지할까?
아니다. 착각이다. 아주 심각한 착각이다. 과거 호남에서 어쩔수 없이 민주당을 지지해주던 사람들이 토호가 된 국회의원들을 처리하지 못해서 등을 돌린바가 있다. 그게 과연 호남만의 민심이었을까? 결국 그 호남의 여론은 그동안 어쩔수 없이 민주당을 지지해오던 사람들의 마음이나 마찬가지라고 봐야 한다.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였으면서 개혁되어야 할 문제가 바로 스스로 빛을 뿜어내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민주당은 매번 총선 때마다 오로지 새누리당 심판론에 목을 매왔다. 그 때문에 많은 민주당 지지자들이 정치의 무관심 층으로 돌아서기도 했다. 그것이 새누리당의 의도였든 아니든 말이다. 게다가 아직 민주당을 지지하는 상당수 사람들도 민주당의 정책이 좋아서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다. 새누리당을 막으려면 어쩔수 없으니까 붙어 있는 경우가 대다수다. 특히나 인터넷을 많이 활용하는 젊은 층일수록 더욱 더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중적 지지도가 높은 인물들이 잘려나가고, 흔히 민주화 세력이라 불리던 운동권 출신들이 잘려나가는 것까진 사람들이 버틸 수 있는 문제였다. 왜냐면 김종인의 그 결정이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행위는 아닐 것이란 작은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16년 3월 20일, 그가 그런 믿음의 불씨마저 과감하게 짓밟아버렸다.
인터넷 커뮤니티 공간에서 몇몇 사람들은 김종인의 행동에 대한 옹호를 하긴 한다. 그 옹호의 이유를 분열하는 민주당을 막아준 것에 대한 당연한 댓가가 아니겠느냐는 식의 말로 말이다. 뭐 그럴 수도 있다. 그 댓가로 가져갈수도 있다. 하지만 민주당 지지자들이 김종인이 자꾸 만들어가는 민주당의 보수화를 왜 참고 있었던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김종인 본인 스스로 자신이 국회의원자리를 노리지 않는다고 말한 적은 없다. 그런데 이미지라는 것이 있다. 정치는 그런 이미지를 만들나가는 작업이고, 이미지 형성을 통해 대중을 설득해야 한다.
정치를 만드는 것이 이미지이기 때문에 새누리당이 종편을 그렇게 보수신문들에게 넘겨주려고 미친짓을 해왔던 것이고, 나름 똘똘하다는 7급 공무원으로 들어온 국정원 직원들을 골방에 숨어서, 혹은 카페를 전전하게 만들면서 댓글이나 달고 다니게 했던 것이다. 그 이미지란 것이 결국 정치를 결정짓는 것이고, 대중을 설득 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종인이 자기 밥그릇을 챙기는 이미지를 만들었다. 민주당을 대표하는 대표자리에 앉아 있던 그가. 나이 70을 넘긴 그가 말이다. 사리사욕 없이 보수표를 끌어와 민주당이 대통령의 사당이 된 새누리당의 폭정을 막을 수 있으리란 이미지를 버렸다. 어눌한 말솜씨를 가진 그의 말 한마디가 민주당을 떠나가려는 젊은 이들의 표심을 잡을 수 있을까? 혹은 공천관리 위원장으로 앉아있는 교장선생님 훈화말투의 홍창선이 할 수 있을까? 이미 국민적인 지탄을 받고 있는 박영선과 이종걸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이 모든 결정엔 김종인이 종편과 보수 언론을 여론으로 착각하고 있기에 나온 것이라고 상상을 해본다.
민주당의 지지기반은 언제나 어쩔수 없이 지지했었던 사람들이 다수였다. 그래서 민주당에서 힘을 가진 이들이 스스로를 희생하는 결정으로 드라마를 만들지 않으면, 지지자들은 정치 자체에 환멸을 표시하고 투표자체를 하지 않는 결정에 이르렀다. 노무현이 대통령이 될 때도 이런 현상이 일어났고, 박원순이 서울 시장에 당선 될때도 안철수가 만들어준 드라마가 그 역할을 했었다. 또한 안철수와 문재인이 드라마 만들기에 실패해 결국 박근혜가 대통령이 될 수 밖에 없었던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
이미 결정된 이 일을 그가 번복할 일은 없겠지만, 이번 결정을 좀 그가 번복해줬으면 한다. 안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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