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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및 답변/시사잡담

필리버스터와 공천면접 중계

무량수won 2016. 3. 2. 22:31

필리버스터와 대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가 끝났다. 이종걸이라는 국회의원의 12시간 30분에 걸친 연설로 끝이났다. 인터넷에선 필리버스터를 끝내게 된 계기를 제공한 "원흉"으로 박영선이 지목되어 비난이 쏟아졌지만, 박영선의 필리버스터를 본 사람들은 그녀를 향해 "죄는 밉지만 사람을 미워할 수 있느냐"는 태도로 돌아섰다. 물론 여전히 인터넷 곳곳에선 박영선을 비난하는 글이 있을 테지만...


이종걸의 마지막 연설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이 사람 국회의원 치고는 말을 참 못하는구나'였다. 앞선 주자로 나선 의원들이 쏟아낸 말의 향연과 자료에 비하면 그는 자료도 미비했고 말도 참 못했다. 대신 그가 자신의 손으로 필리버스터를 끝낼 수 밖에 없는 진심을 전하려는 노력엔 박수를 보내고 싶어졌다. 그가 그런 눌변으로 버틴 12시간 30분. 다 지켜보진 못했다.


알고는 있었다. 내가 트위터에 필리버스터가 시작될 때 슬쩍 남겼었지만, 필리버스터를 3월 10일까지 끌고 가도 결국은 새누리당 뜻대로 될 일이었다. 전문가들도 알고 있었고 나도 알고 있었다. 또한 이 법이 통과 된다고 하더라도 당장 다음 날 부터 필리버스터에 섰던 의원들이 쏟아냈던 우려처럼 그 옛날 유신정권 아래의 정보부가 되진 않을 것이란 것도 알고 있다. 그래도 나는 민주당 의원들이 3월 10일 까지 버텨주기를 바랬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쩌면 나도 그들의 연설을 일주일 동안 들으면서 감정적으로 동화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잠시 감정을 접어두고 생각하자. 필리버스터를 10일 까지 끌고가서는 안될 일이었다. 필리버스터의 목표는 사람들이게 새누리당이 통과시키려는 대태러방지법이 사실은 과거 남산 아래의 정보부로 회귀를 법적으로 지원하는 것임을 알리는 것이었고, 또 다른 목표는 공중파의 장악으로 인해 사실상 대중과 멀어진 시민들에게 민주당이 야당으로써 존재하고 있음을 알릴 마지막 시도였을 것이다. 그래서 그 목표가 채워졌고, 그들은 목표 이후의 행동으로 나섰던 것일 뿐이다. 조금 아쉬운 것은 사실상 욕받이로 김종인이 확실히 역할을 해줬다면 다음 선거에서 꽤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내 생각이지만 김종인도 아마 그 역할을 알고 있었으리라 본다. 박영선의 설레발이 그 그림을 망쳤던 것 같다.


현실적인 이야기도 해보자. 필리버스터가 화제가 되었지만 정작 중요한 많은 유권자들은 그들의 "노력"을 알아주진 않을 것이다. 여전히 공중파는 객관적인 척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지 않고 있고,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종편에선 언제나 그러했듯이 그들의 행위를 "악마와의 접신"으로 이야기 하고 있어서다. 게다가 젊은이들의 호응이 늘긴 했지만 여전히 수 많은 젊은이들은 정치에 무관심하다. 항상 선거 때마다 불거지는 "20대 개새끼론"은 그네들의 낮은 투표율 때문에 또 나올 것이다. 


다만 그 조금이. 조금이나마 정치에 관심이 생긴 젊은이들이 있고, 정치를 외면했던 사람들이 무조건 정치에 대해서 고민하게 했다는 것에 만족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당장 내일이라도 세상을 바꾸고 싶은 성질급한 이들에겐 가슴을 치며 답답해할 노릇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번에 필리버스터로 정치에 관심이 생기고, 세상 돌아가는 사에 관심이 생긴 그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조급해 하지말자. 세상의 변화는 빠르게 나타날수록 부작용이 큰 법이고 치뤄야할 희생이 많은 법이니...




민주당 공천을 위한 예비후보 면접 중계


전남과 서울의 후보들의 면접이 인터넷에서 중계 되었다. 아마 이걸 지켜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팩트TV서 중계를 하지 않았다면 아마 나도 굳이 찾아서 들어가 보진 않았을 것 같다. 그나마 민주당의 이야기를 전하는 JTBC에도 이 면접에 대해서 짤막하게 단신처리하고 넘어가버렸다. 많이 아쉬웠다. 필리버스터가 워낙에 화제가 되었으니 어쩔수 없으리라 본다.


난 이 중계를 보면서 민주당이 변하려고 애쓰고 있음을 느꼈다. 사실상 민주당의 맨살을 보여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만큼 민주당은 자신들의 맨살을 공개하면서 철저한 대중의 관심을 바랬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나선 사람들의 대다수는 형편없었다. 서울에선 강남이나 송파쪽은 답답하다 못해 화가 날 정도였다. 지역의 민주당원들도 그렇고 국회의원으로 나서려는 사람들도 그렇고 송파와 강남은 버린듯한 인상이 강했다. 더불어 전남의 경우는 순천과 무안을 뺀다면, 모두 전략 공천을 해야 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 와중에도 인물들은 있긴했다. 개인적으로 내 관심을 끌었던 인물은 스스로를 돼지아빠로 칭하던 김선일 후보였다. 똥을 비료화해 북한으로 비료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는 이의 메시지인 똥으로 하나되는 한반도는 참신한 생각과 인재란 이런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구나 싶었다. 서울쪽에선 지난 도봉구 보궐 선거때 낙하산 꽂아넣기로 논란이 되었던 기동민이 가장 돋보였다. 왜 이사람을 전략적으로 꽂아넣으려고 했는지에 대해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준비도 많이 했고, 발표도 매우 깔끔했다. 이번에 그는 도봉구가 아닌 다른 지역으로 출마선언을 했다.  


나는 민주당이 이번 기회에 경쟁중인 지역 뿐만 아니라 단일 후보만 나선 지역의 면접도 공개로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물론 물리적인 시간 부족으로 힘들긴 하겠지만, 그렇게 한다면 전략 공천을 하려는 중앙당의 결정에 대중들이 많은 힘을 실어주지 않을까 싶다. 아무래도 말주변이 좋은 사람이 유리한 결과가 나오긴 하겠지만, 그 말주변이 최종 선거에서 표심을 바꿀 수도 있기에 나쁘지는 않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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