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작은outsider의 생각누리

호남지역주의를 위하여? 본문

잡담 및 답변/시사잡담

호남지역주의를 위하여?

무량수won 2016. 2. 7. 09:31


트윗을 보기 전에...


참고로 아래에 링크 된 홍세화의 글은 호남지역주의에 대한 찬양글이 아니다. 그저 왜 사람들이 영남패권주의에 대한 단어를 쓰지 못하고 두려워하느냐에 대한 비판이다. 헌데 이글이 진중권에게 튀어서 호남지역주의 이야기로 변신한다. 이유는 사실상 영남패권주의란 단어가 영남지역민에 대한 반감섞인 감정적인 단어기 때문이다. 또한 그 단어가 영남에서 끊임없이 민주당을 위해 힘을 실어줬던 소위 "민주화 세력"까지 모두를 싸잡아서 비난하는 모양새를 만들기 때문에  이야기가 저렇게 튄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좋다. 


또한 이 트윗들과 앞선 글을 볼때 생각해봐야 할 것은 패권주의란 단어다. 영남이든 호남이든 친노든 반노든 패권주의란 단어가 요즘 어디서 가장 많이 쓰이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정확한 통계 없는 내 생각이긴 하지만, 패권주의란 단어가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자주 쓰이는 단어라고 본다. 특히 민주당에 대한 비판섞인 이야기를 할때 친노패권주의란 단어가 자주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소위 "지식인"으로 여겨지는 이들이 "패권주의"란 단어에 대한 거부감이 심하지 않았었나 싶다. 마치 일베에서 유행해 쓰는 단어라 인터넷 곳곳에서 쓰이지 않는 단어들 처럼 말이다. 


또한 영남이란 단어가 핵심이 되기 때문에 단어 자체가 지역주의를 심화시키는 것도 있었고 대중을 내편으로 만드는 설득력도 없어서 였던 것은 아닐까 싶다. 


발단이 되었던 홍세화의 글 > 링크 <

 





트윗을 보고 한참을 생각했다. 아니 어쩌면 답은 이미 나와 있었는지도 모른다. 호남 지역주의에 대한 답 말이다. 먼저 결론을 이야기 하자. 나는 호남 지역주의의 존재를 부정적으로 보진 않는다. 다만 그걸 스스로를 '지식인 계층'이라 여기는 인물들이 북돋아선 안된다고 본다. "쟤들은 되는데 왜 우리는 안돼?" 이건 어린 아이들이 흔히 하는 주장이다. 문명화된 그리고 공동체의 미래를 그려야 할 인물들이(아마도 스스로를 그렇게 생각하는 인물들이) 유아적인 감정으로 다가서서는 안될 일이다. 


(이글을 읽는 사람들이 내가 진중권에 대해서 많이 비판적인 글을 썼음을 최소한 이 블로그에 있는 글을 찾아보지도 않을 테지만) 진중권에 대한 인물에게 비판적인 태도를 지닌 내가 진중권이 하는 전체적인 맥락의 주장에 동조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호남지역주의를 앞장서 외치는 이들이 사실상 주된 정치판의 세력싸움에서 밀려난 인물들이란 것도 좀 있다. 안철수를 비롯해서 천정배와 정동영 같은 인물들이 호남 지역주의에 사활을 걸고 있는 대표적인 정치인들인데, 이들의 현재 위치 때문에 이들이 주장하는 것들에 대해 더 불신 할 수 밖에 없다. 


한때 대선 후보였지만 노인폄하 발언으로 훅가버린 정동영,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 민심을 살피지 않고 자신의 지역구를 내버렸던 천정배, 문재인의 개혁론에 대책없이 반기를 들어 밀려난 안철수라는 이미지를 생각해보면 답은 간단하리라 본다. 이들 모두 한때는 주목받는 정계의 신인이었고, 한때는 중앙 정계에서 방구 좀 뀐다는 인물들이었다. 뭐 안철수야 좀 예외라고 할 수 있을진 모르겠다. 짧은 기간이긴 했지만 안철수도 나름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었던 인물임을 생각해본다면, 급이 부족하다 생각하진 않는다. 


이들의 주장이 이들의 진심인지는 내가 그들이 아니기에 알 수는 없다. 다만 내가 보기에 지금 상황은 그들은 자신의 보검(대중적 지지)을 잃어버린 무사로 보여진다. 그런 그들이 재기의 새로운 칼로 호남으로 쥔 것으로 보이는 것은 아마 그들을 지지하는 이들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 이 상황에서 진중권의 의견에 동조할 수 밖에 없는건 그들이 쥔 호남이란 칼을 벼리는 방법이 잘못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호남 사람들이 대승적인 차원의 목표 때문에 표심에 대한 암묵적인 강요를 받아 온 것은 사실이다. 나라를 쥐고 흔드는 영남 지역주의에 수십년간 피해를 입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해서 "우리도 우리끼리의 이익을 위해서 살자!"는 주장이 옳다고 할 수 있을까? 이건 앞서 말한대로 유아적인 감정의 대립 밖에 되지 않는다. 진중권이 주장하는대로 호남이 호남만의 지역 이기주의를 위해서 "우리끼리만 놀꺼야!"라고 말하면, 결국 뒤따라 오는 건 사실상 호남이란 지역에 가려져 "암묵적인 강요를 받아왔다"는 그 불쌍한 이미지도 챙기지 못했던 충청권이나 수도권의 사람들도 각자만의 이익을 위해서 "우리도 우리끼리만!"이란 말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안철수를 중심으로 뭉쳐진 무리가 주장하는 것의 가장 큰 맹점은 바로 이런 것이다. 



호남을 중심으로 제3 정당을 이야기 한다. 하지만 호남의 절대적인 유권자 수는 그리 많지 않다. 그것이 경제적인 이유였든 역사적인 변화의 이유였든 말이다. 그러다보니 거기에 덧붙여 종종 서울에 올라와 있는 호남인들의 표심도 이야기 한다. 근데 서울에 있는 호남사람들이 그들을 찍어줄 것이란 생각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일까 싶다.


서울과 경기지방에서 사는 사람들 중 얼마나 되는 사람들이 자신을 서울에 사는 호남인이라 생각할까? 이건 서울에 사는 영남인들도 마찬가지다. 한때 전국의 지방 사람들이 "서울로~서울로~"를 외치며 올라왔던 시절엔 그들의 말인 "호남으로 대동단결!"이 먹혔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런 서울로를 외쳤던 것이 이미 30~40년전 이야기다. 서울로를 외친 가장 마지막 세대들을 그려냈던 것이 바로 <응답하라 1994>다. 그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서울로 올라온 것도 벌써 20년이 지난 이야기다. 누군가는 단순하게 그들의 자식들이 호남의 그리고 영남의 표심이라고 이야기 할 것이다. 그런데 그럴까?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다.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서울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것처럼 그들의 자식들도 서울, 혹은 수도권 사람이란 정체성으로 살아가는 것이 현실이다. 서울로 대거 올라왔던 1세대들에겐 어느 정도는 먹힐지 몰라도 그들의 자식들인 젊은 세대들에게 지역적 정체성을 바라는건 무리다. 


이건 영남, 그러니까 부산을 중심으로한 사람들의 이야기만 봐도 쉽게 증명이 된다. 부산을 중심으로한 인구가 언제 가장 많이 몰렸던 것일까? 다들 알고 있듯이 1950년대에 6.25전쟁을 겪고 피난민들이 대거 몰리면서다. 당대의 지식인들도 몰려갔고, 재산가들도 같이 몰려갔다. 그래서 전쟁이후 본의 아니게 꽤 많은 인물들이 부산을 중심으로한 지역에서 대거 나왔더랬다. 이 상황이 호남 홀대론의 바탕이 되는 이야기긴 한데 호남에 대한 지역적 홀대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역사적으로 인구가 쏠려있다 보니 생긴 어쩔수 없는 현상의 일부기도 했더랬다. 그렇게 부산을 중심으로 피난가서 뿌리 박고 살던 사람들의 2세대와 3세대가 그 지역사람의 수를 형성하며 살고있다. 지금 그곳의 그들은 스스로를 어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그들이 스스로를 호남에서 피난 온 호남인으로, 개성에서 피난온 개성사람으로, 서울.경기에서 피난온 경기 사람으로 여기고 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황정민이 주연을 맡았던 영화 <국제시장>을 생각해보자. 영화 내내 그들에게서 "나는 함경북도 사람이다!"라는 외침은 나타나지 않는다. 일부러 감독이 그렇게 그렸을지 몰라도 그렇게 피난 온 사람들의 2세와 3세들은 스스로를 그런 고향이란 속박의 결계를 가지고 있지 않다. (물론 어느 정도의 정치적인 이유도 있긴 했었다.) 그렇다면 답은 간단하다. 


결국 지역 민심이란 것과 그들의 정체성이란 것은 그들이 현재 어디에 살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다는 말이 된다. 그리고 자꾸 지역적인 이기주의의 발현을 당연하다고 주장하고 외친다면 남는 것은 결국 국가의 분열 뿐이다. 그리고 그 과실은 진중권이 트위터에 말했듯이 지역 국회의원과 고위층 관계자들의 것일 뿐이다. 지역에서 그들에게 투표한 사람들은 결국 그들에게 피빨리면서도 눈치도 못채고 병들어 쓰러져가는 거대한 소가 될 뿐이다. 







뭐 거국적인 이야기에 너희들이 마땅히 따라야 된다는 식으로 말하고 싶지는 않다. 지역적인 이익을 위해서 지역의 말을 주장하는 것을 누가 뭐라 하겠는가. 그건 당연한 권리고 마땅해 해야할 이야기다. 다만 그걸 거국적인 주장이 오가야 할 정치판에서 "우리는 우리만을 위해서 살꺼야!"란 논리로 주장해서는 안되고, 소위 스스로를 "지식인"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동조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주장하는대로 영남 사람들의 다수가 영남의 이익을 위해서 미친듯이 나라를 팔아먹든 말아먹든 골수를 빼먹든 주구장창 새누리당을 뽑아온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우리도 쟤들처럼 우리 이익을 위해서 똑같이 할래!"하는 건 좀 아니지 않을까? 


광주가 민주화의 도시의 상징이 되고, 정치적인 변혁의 상징이 되었던 이유는 호남 사람들이 그동안 "그래 우리 이익이 좀 줄어도 대의를 위해서 조금만 양보하자"는 이야기를 선도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래서 인구가 가장 많은 수도권이 아닌 인구가 매우 적은 전라도 광주가 민주화의 상징적인 도시가 되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물론 5.18이라는 역사적 상처가 광주를 대표하는 이미지긴 하지만 30년이 지난 일이 지금까지 하나의 상징으로 대표되는 이유엔 그들의 대승적 선택이 큰 역할을 했던 덕분이라고 본다. 그래서 한때 TV에서도 영남의 새누리당 득표율과 호남의 민주당 득표율을 쉽게 같은 지역 이기주의라고 평가하지 못했더랬다. 물론 요즘은 TV가 개판이 되어서 그런 식의 비교를 쉽게 하긴 하지만... ㅡㅡ;;




그리고 마지막으로... 고종석이 노유진의 정치카페에 대한 비난 트윗은 좀 안하는게 나을뻔했다. 그것도 "일부만 들었는데..."라고 자평한 이의 트윗을 가져다가 증거로 내세우며 유치하게 진중권을 놀리는건... 에휴...





그 노유진의 정치카페를 최근 1년간 들어온 사람으로써 설명해주자면, 진중권이 말이 많지 않고 유시민이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는 이슈에 대한 자료조사를 유시민이 다해와서다. 형식도 진중권이 진행하는 형식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진중권이나 노회찬은 질문자의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다. 


그에 대한 증거로 그 프로에 게스트가 나올 때를 비교해서 들어보면 되는데, 게스트가 나와서 어떤 이슈에 대해서 이렇게 저렇게 이야기 할 땐 유시민도 진중권이나 노회찬처럼 질문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물론 중간 중간 유시민과 진중권 그리고 노회찬이 게스트보다 말이 많아 질 때도 있기도 하다. 고종석이 인용한 사람이 몇편을 짜집기해서 대충 들은 프로의 기본 컨셉은 이런 식이다. 그걸 가지고 진중권이 유시민에게 혼나고 있다는 식으로 말하고 놀리는 것을 소위 스스로를 "지식인"계층으로 넣는 이들이 할 짓은 아니지 않나 싶다. 


이 양반은 트위터를 가지고 소통을 하라니까 왜 자꾸 자신의 감정배설만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