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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및 답변/시사잡담

모순적인 인문학의 유행

무량수won 2017. 10. 31. 11:08

인문학의 위기와 유행


굉장히 모순 된 말이다. 인문학이 위기라 하는데, 미디어와 대중들에겐 인문학이 유행되고 있다. 나는 유행이 의도적(?)으로 만들어지는것으로 느꼈다. 이 모순은 그동안 벌어졌던 정부 정책과 대학들에 의해서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학교와 기업에선 그동안 돈이 되지 않는 순수학문을 내쫒기에 바빴다. 물론 정권이 바뀌었다고, 그 기조가 무너지진 않았다.


여하튼 그 덕에 순수학문들이 많은 인문학의 토대인 학과가 통폐합 되었고, 인문학을 공부하러 온 학생들 조차 먹고 살기 위해 경제학, 경영학을 복수전공을 했으며, 영문학의 이해보다 토익의 이해에 더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 온 것이 현실이다.


그렇게 토양까지 말라버린 인문학의 위기인 현실에서 미디어는 인문학을 유행 시키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중 속의 인문학을 이야기하고, 인문학이 창의력을 키운다하는 식으로 말이다. 거기다 기업에서도 이 유행을 적극 지원(?)하고 있는데, 입사 지원자들을 향한 테스트 등을 통해 만드는 것이다. 더불어 그동안 기업들이 세계적인 기업 혹은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되지 못한 원인을 사원들의 인문학 소양 부재로 돌리며, 인문학이 기업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만들 줄 것처럼 떠들어 댄다.


하지만 현실에서 인문학을 전공한 이가 세계 시장을 노리는 기업에 들어가려면, 인문학적인 소양 보다는 토익 점수를 기본으로 깔아둔 성적과 이런 저런 자격증들이 필요하다. 겉으로 들어나는 것, 혹은 그들이 외치는 것과 현실에서 행동하는 것이 매우 다름을 사람들은 아니 취업준비를 조금이나마 해본 이들이라면, 쉽게 확인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현실이 이러한데 인문학이 대단한 것이라고 칭송하는 꼴이 웃기지 않은가?



내가 인문학의 유행이 불편한 이유는 이런 모순 된 상황 때문이다. 인문학을 유행 시키려 미디어와 기업들이 앞다투어 나서고 있지만, 실상 그들은 인문학이 무엇인지 모르며, 인문학의 바탕을 모두 없애 버렸거나 없애려고 애쓰고 있다. 그들이 인문학적 소양을 말하지만, 정작 그들은 '인문학의 소양'보다는 인문학이 새로운 돈벌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 뿐이다.


안다. 기업을 하는 이가 돈을 벌기위해 하는 행동을 무조건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 그들의 욕구를 뭐라 하고 싶지않다. 다만 인문학적 소양을 이야기하면서, 정작 그것이 무엇인지 조차 알지 못하는 그들이 좀 화가 나는 것이다. 인문학적 소양을 '측정'하려 유명한 책, 혹은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에게 인정받는 책을 읽었는지에 대해 묻는 행위가 과연 상대의 인문학적 소양을 알 수 있는 것일까? 뿐만 아니라 질문자가 인문학적 소양이 없는 상황에서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이를 뽑는 것이 가능한 일인 것인가? 만약 인문학적인 소양에 대한 질문에 지원자와 검증자가 다른 정치적 견해가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런 다른 견해를 가진 이와 한 공간에서 일을 시키고 같이 협력해서 일을 열심히 할 수 있을까? 



인문학은 돈이 되지 않는다. 인문학은 당신의 기업과 당신 자식의 창의력을 높여주지 않는다. 게다가 인문학은 당신을 똑똑하게 만들어 주지도 않는다. 인문학은 인간에 대한 생각을 하는 학문이고, 인간을 관찰하는 학문이며, 인간의 흔적을 찾아보는 학문이다. 이런 생각을 나누고 고민하는 것이 인문학이다. 그런데 그런 기본 바탕이 될 대학에 인문학과가 돈이 되지 않아 사라지고 있는 현실에서 대중적으로 인문학이 유행한다고 마냥 기뻐해야 하는 것일까? 사람들이 인문학을 책읽은 수로 계량하거나 측정하는 상황에서 인문학의 유행이 마냥 좋은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몇 년 전 역사에 대한 바람(?)이 불면서 여기저기서 역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도 나는 같은 맥락의 이야기를 했었더랬다. 그리고 지금은 그 단어가 역사에서 인문학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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