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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outsider의 생각누리

2009년 11월 5일의 잡담. 이상한 하루. 본문

잡담 및 답변

2009년 11월 5일의 잡담. 이상한 하루.

무량수won 2009. 11. 5. 21:13
장면 하나.

지하철 화장실을 방문하던 길에 남자 네명이서 무슨 거래하는 듯한 대화를 하고 있었다. 서로 매우 예의바르게 대화를 하고 조심스레 무언가를 주고 받는 듯한 대화는 왠지 모르게 수상했다.

단순한 온라인을 통한 직거래라면, 그냥 주고 받으면 될 것을 왜 굳이 화장실로 왔을까? 얼핏 보기에 네명의 남자 모두 20대 초반에서 중반으로 보였다. 너무 신경 안쓴듯한 옷차림의 남자 둘과 너무 과도하게 신경을 써서 이상한 차림이 된 남자 둘. 결코 서로 어울려 있을수 없을 것 같은 그들이 하고 많은 곳중에서 화장실에 들어와 거래를 한 이유는 불법적인 어떤 것을 주고 받기 위한 것일까? 괜시리 수상스런 그들이 왠지 신경이 쓰였다.


장면 둘.

여고생으로 보이는 두명의 여자아이들이 지하철에 탔다. 한명은 교복을 입었고, 한명은 흔히 "바람막이 잠바"라 부르는 것을 입고 있었다.

항상 드는 생각이었지만 왜 저 애들은 똑같은 옷을 입고 다닐까? 라는 생각이었다. 주로 바람막이 잠바라 부르는 것을 10대와 20대 초반의 아이들이 입는 것인데, 내 생각에는 그다지 이쁘지도 않고 개성이 나타나보이지도 않는다. 대다수가 같은 모양에 검은색뿐이고, 멋스럽지도 않아보이는데...

그렇게 한심해 보인다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과거의 어떤 기억이 떠올랐다.

언제부터인가 힙합이란 문화가 청소년과 20대 초반을 구성하던 이들 사이에 파고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울 곳곳에서 펑퍼짐하고 전혀 맞지도 않는 커다란 바지를 입는 아이들이 늘기 시작했다. 남여를 막론하고 바지는 두사람이 들어갈만한 바지에 윗옷도 꽤 큰 사이즈로 입었고, 그들은 온 동네를 바지로 쓸고다닌다는 어른들의 핀잔을 들으면서도 열심히 입고 다녔었다.

더불어 유행하던 벨트와 신발 그리고 헤어스타일까지... 힙합이란 이름으로 시작된 그 문화는 어느새 한국이란 나라를 휩쓸고 있었다. 곳곳에 바지로 먼지를 일으키면서...

아마 이 시절의 어른들도 이렇게 하고 다닌 사람들을 보면서 내가 했던 생각을 했을지 모르겠다. 어쩌면 더 심하게 보았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기억이 떠오르자 나도 나이를 먹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리고 당시의 어른들의 생각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는데, 왠지모르게 슬펐다. 어린 시절에 이런 패션을 이해하려하지 않고 자신들의 시선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싫었는데, 내가 같은 상황에서 그들만의 패션을 이해하려하지 않고 나만의 시선으로만 바라보고 판단해 버리고 있는 것 같아서...


장면 셋.

지하철을 타면 항상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난감해진다. 책을 읽거나 PMP를 보거나 잠을 자거나 하면 되긴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은 시간도 있기 때문이다. 그럴때면 상대편 사람들의 신발을 유심히 본다. 그러면 그들의 시선도 피하고 나도 편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가끔씩 내가 어디쯤 왔는지 궁금해지면 주변을 두리번 거리고 이내 다시 신발 관찰에 들어간다.

그런데 오늘 탄 지하철에서 왠지 모르게 정면에 앉은 사람이 나를 보는 것 같았다. 그래서 정면에 앉은 사람을 쳐다 봤는데, 눈이 마주쳤다. 윽.... 괜시리 민망해졌다. 그러면서 두리번 거리다 다시 시선을 아래로 향했는데 왠지 모르게 또 나를 보는 것 같았다. 그래서 다시 고개를 들었더니 또! 눈이 마주쳤다. 허헉!!!

짧은 시간에 3~4번 마주치자 혹시 내가 아는 사람인가 싶어서 말을 걸어볼까 했지만, 괜한 짓 같아서 이내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이후로는 왠지 나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도 묵묵히 사람들 신발만을 쳐다봤다. 그리고 마지막 내리기 전에 정면을 봤는데 그 사람이 또 나를 보는 것이다. 으아~~~~ 이건 뭐지?? 라는 생각과 이상한 생각이 자꾸 들었다. 나 감시당하는 것인가? 혹은 나를 따라다니는 스토커인 것인가?  여러가지 생각이 머리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거기에다가 내리는 곳까지 같다니!!!!

나는 얼른 내려서 내가 가야할 길로 재빠르게 나아갔다. 한참을 걸어간 뒤 주변을 둘러보았으나 그 사람은 없었다.

뭐 당연한 것이겠지만 우연히 나와 시선이 마주쳤고, 우연하게 나와 내리는 곳이 같았으리라. 그 사람 또한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을까? 쓸데없이 오해한 내가 미안해 지기도 했지만 그 사람이 나와 같은 생각으로 봤다면 나도 그런 사람으로 오해 받은 것이 되는 것인데 ㅡㅡa


내가 보낸 하루는 정말 평범한 하루였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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