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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함을 보았다가 어울릴 것 같은 악마를 보았다 본문

문화 컨텐츠 연구

잔인함을 보았다가 어울릴 것 같은 악마를 보았다

무량수won 2010. 8. 19. 14:28










혼자 영화를 보는 것에 재미(?)를 붙인 것일까? 영화 혼자보기 두번째 도전작은 "악마를 보았다" 다. 지난번 경험 때문에 미리 표를 구입해야한다는 생각에 좀 일찍 영화관을 찾았다. 아침 9시가 막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표를 예매하는 곳은 북적 북적 거렸다.

다들 예상했겠지만 그 북적거림의 원인은 애들과 그 아이들의 엄마들이었다. 내가 표를 구입한 "악마를 보았다"는 10시 10분 영화였기에 집에서 열심히 이것 저것 좀 하다가 보러갔다. 영화를 보러가면서 슬쩍 예매 창구를 봤는데, 애들 영화중 하나가 매진이 되어 있었다. 역시 방학의 힘이 크다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시끌벅적한 곳을 지나서 영화를 보러 올라갔다. 엑스페리먼트 때와는 다르게 사람들이 좀 있었다. 엑스페리먼트때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10명이 되지 않았던것 같았는데, 악마를 보았다는 30~40명 쯤 되어 보였다. 아침이라서 그런지 아줌마들 끼리 보러온 무리도 좀 있었고, 아직 대학들도 방학인지라 대학생 쯤으로 보이는 무리들도 있었다.

사람들이 많아지니 자꾸 신경쓰게 만드는 사람들이 생겼는데, 영화 시작하고서 들어오는 사람들과 들어와서 궁시렁 궁시렁 떠드는 사람들 그리고 영화 중간에 핸드폰으로 통화하는 사람까지 ㅜㅜ  더군다나 영화 중간에 핸드폰 받은 아줌마는 내 옆자리였다. 으아~~~!!!!!

이런 분들 덕분에 영화가 시작할때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영화가 상영되고 있는데, 자꾸 뒤에서 아줌마들이 "야 우리 자리가 안보여, a 열이 어디야? b 열은 어디지?" 이런 신나는 대화를 해주셨기 때문이다.

영화관에서 매너 없는 특정 부류의 사람들 이야기는 여기서 그만 하도록하고, 영화 이야기나 하겠다.




( 이후부터는 영화에 대한 내용이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영화를 볼 예정이라면 마지막 짧은 평만 보는 것이 좋다. )








다소 소란스러운 가운데서도 영화는 열심히 상영되었다. 첫 희생자가 나오는 장면부터 시작된 잔인함의 향연은 솔직히 좀 거북하긴 했다. 물론 그동안 그런 부류의 영화를 전혀 보지않고 살았던 것은 아니기에 상관 없다면서 보긴했지만 다른 상업 영화들에 비해서는 좀 심한 편이었다. 영화 내내 보여지는 잔인함과 폭력.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이러한 잔혹함은 인터넷에서 사람들의 논란을 불러올만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영화를 보기 전에 예상한 것은 주인공인 이병헌이 점점 악마가 되어가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겠구나였다. 뭐 역시나 예상대로 흘러갔다. 그래서 특별히 영화의 내용에 대해 독특하다는 느낌은 전혀 받을 수가 없었다. 내 취향은 다른 곳에서 볼수 없는 독특한 이야기에 환호하는 편인지라 이 때문에 이 영화에 대해서 환호할 수가 없었다. 결국 이 영화는 나에게는 만족스럽지 못한 영화였다.

영화에서 이야기의 초점은 주로 이병헌에게 맞춰져 있다. 그가 어떻게 점점 최민식과 하는 게임을 통해서 변해가는지, 얼마나 잔혹한지를 보여준다. 그에 대한 증거로 최민식이 잔인하게 변해버린 이유 따위는 보여주지 않는다. 그건 이병헌의 관심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영화의 이야기가 끝나가려고 할 때쯤 이병헌에게만 유리하던 상황이 최민식에게 갑자기 유리하게 돌아가게 된다. 그리고 최민식은 그의 계산대로 행동을 하는데, 이 장면들을 보면서 자꾸 불편했다. 이제 그만 좀 끝내면 괜찮을 것 같은데 이야기를 너무 끌고 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굳이 뭘 더 보여주겠다는 것인가? 잔인한 장면 한번 더 보여줘서 뭐가 좋아지는 것일까?" 이야기가 마무리되어 가면서 느낌은 이런 것이었다.

사실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누가 더 잔인하다고 할수 없을 정도로 이병헌이나 최민식 모두 잔인하다. 이병헌은 대사에서  더 잔인해질 것이라 했지만 그는 이미 처음부터 잔인했다. 내가 봤을 땐 이 영화에서 잔인의 수위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이병헌은 최민식의 즐거움을 빼앗으며, 정의로운 사람이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을 복수라는 이름으로 정당화 하고 있을 뿐이었다.

영화가 끝나고 이병헌이 울음인지 웃음인지 구분이 안가는 표정을 짓고 나서 영화는 마무리가 된다. 그의 이런 행동이 그가 그동안 보여줬던 행동이 그저 복수를 위해서 한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래서 결국 감독은 진짜 악마는 이병헌이었다. 라는 것을 사람들이 생각해주기를 바랬을 것이다.

내가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만약에 상황이 역전된 후 뒷장면들의 호흡을 빠르게 가져가거나 최민식이 이병헌과의 대결에서 상황이 역전되었음을 알리는 장면만 보여주고 끝났다면 어땠을까? 어쩌면 사람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것들이 좀 더 "영화는 괜찮았다." 라는 것에 무게가 실리지 않았을까?






영화를 보는 내내 영화관에 있던 사람들이 보였던 반응에 좀 놀랐다. 어찌 생각하면 당연한 반응이지만, 잔인한 것은 최민식 뿐만 아니라 이병헌도 마찬가지였다. 한가지 다른 점이라면 이병헌은 복수를 해야된다는 명분이 있었고 최민식은 그런 것이 없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최민식의 잔인한 행동에는 궁시렁거리며, 그의 잔인함을 비난하는 듯 했는데, 이병헌의 잔인함에는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조용했다. 그 잔인함 속에서 다소 웃긴 장면이 있긴 했는데, 그 장면에서 관객들의 웃음은 마치 고소하다. 같은 느낌이었다.

같은 잔인함이라고 해도 이유가 있는 잔인함에 사람들은 즐거워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물론 이건 나만의 느낌일 수 있다.




영화에 대한 평을 짧게 이야기 하자면, B급의 잔인함과 늘어진 뒷부분이야기 때문에 논란이 되는 안타까운 영화라고 할수 있다.



잔인한 영화를 못보는 사람은 절대 안보는 편이 좋다. 괜히 보고 욕하느니 보지 않고 관심을 끊어버리는 편이 좋다는 이야기다. 이 영화를 누군가에게 추천을 하라면, 잔인한 것에 그리 큰 반응을 보이지 않는 사람 정도가 될까? 다른이들에게 "이거 꼭 봐라"라면서 추천하기엔 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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