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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 밑 아리에티, 천천히 흐르는 강과 같은 이야기. 본문

문화 컨텐츠 연구

마루 밑 아리에티, 천천히 흐르는 강과 같은 이야기.

무량수won 2010. 9. 12. 19:49







만약 엄지만한 크기의 사람들이 이 세상에 살고 있다면? 이런 상상에 의해서 만들어진 이야기가 엄지공주 이야기다. 엄지만한 사람이 겪을 수밖에 없는 모험담이 원작 이야기라면, 마루 밑 아리에티는 커다란 사람과 작은 사람간의 이야기다.

영화를 보기 전에 이런 기대를 했다. 혹시 남자 주인공이 작아져서 여자 주인공인 아리에티와 같이 여행을 하면서 겪는 이야기 일 것이라는...

뭐 여지 없이 이런 기대는 깨져버려졌고 그저 사람간 관계에 대한 이야기였다. 뭔가 격동적인 이야기를 원했다면, 좀 심심할 수 있다. 하지만 곰곰히 살펴보면 사람들이라는 존재와 자신과 다른 존재를 대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는 사람들의 이런 궁금증을 채워주기 위해서 시작되었다. 만약에 내가 보지 못했던 작은 사람들이 눈길주지 않는 공간에 살고 있다면,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래서 시작에는 그들의 삶의 모습을 집중 조명한다. 그들은 '빌린다'는 표현을 하면서 커다란 사람들의 물건을 가져간다. 가끔 바닥에 떨어진 것을 가져가고 필요한 물품은 인간이 눈치채지 않을 정도만 빌린다.

작은 크기 때문에 사람들에게는 별것 아닌 것들이 그들에게는 커다란 모험이다. 그들의 철칙은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살아가는 것이다. 그들의 존재가 발각되면 그들의 삶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만한다.

아리에티는 평소와 다른 삶을 살고 있다가 요양차 외할머니 집으로 온 쇼우에게 눈에 띄게 된다. 그리고 아리에티와 가족들은 오랜 시간 살아왔던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다. 그 과정에서 보여준 쇼우의 친절. 그들의 존재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질 뻔한 것을 구해준 쇼우와 아리에티가 서로 우정을 쌓는 다는 이야기다. 결말은 조금 허무하지만 나름 의미가 있어보이긴 했다. ㅡㅡ;;;







많은 사람들이 내용에 대해서 이야기 할테니 나는 좀 다른 시선으로 이 애니메이션(이하 애니)을 바라보도록 하겠다.


아마 일본 애니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모습인지 모르지만, 여기서도 이상적인 집안의 모습은 유럽풍이다. 아마 이 애니를 봤다면 알수 있겠지만 쇼우가 지내던 방에 있던 인형의 집은 18~19세기의 영국의 집을 모델로 하고 있다. 이야기에 나타나지만 일부러 인형의 집을 영국에 있는 가구장인에게 부탁해서 만들 인형의 집이라 했다.

이유는 작은 인간들의 존재를 알게된 쇼우의 조상들이 그들을 배려해서 만들어둔 것이다. 아마 그들 나름대로 최고의 선물이라는 생각이 었을 것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왜 유럽식이었을까?



일본 애니를 보면 많이 나타나는 것이 서양식 인물과 이름들이다. 물론 한국에서도 그런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특히 일본 애니에서는 괜찮고 좋은 이미지를 대표하는 것에는 서양식 이름이 붙어있고, 서양식 외모를 지닌 인물이 등장한다.

예를 들어 학원물인 경우 주인공을 둘러싼 인물들 중에서 학교에서 알아주는 미녀 혹은 미남은 서양식 외모를 가지고 있다. 그 처럼 이 애니에서는 그러한 동경을 인형의 집이라는 공간으로 표현한다.



이것은 은연중에 일본 사람들이 서양 그중에서도 유럽에 가지고 있는 환상 같은 것이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오래된 역사에서 부터 이어진 유럽에 대한 동경이 현대까지 이어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문화라는 것을 정확한 원인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저런 요소들의 결합으로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에 내가 추측하는 이 이야기는 절대적인 원인은 아니다. 다만 이것이 큰 이유라고 말할 수는 있다.







또한 이 애니를 보면 작은 인간인 아리에티와 이야기 하고 대화를 하는 것은 어린 쇼와 뿐이다. 마음씨 좋은 할머니도 존재를 알게 되지만 그들과 만나지는 못한다. 그외에 일을 해주는 아주머니는 그들을 발견하지만 대화를 하기보다 구경꺼리로 만들려고 한다.

이는 일본 애니에서 쉽게 볼수 있는 장면들인데, 상상의 세계를 어린 아이들만의 것으로 제한해 둔다는 것이다. 어른들은 이런 모습을 알게 되면, 그저 구경거로 만들거나 혹은 파괴하려한다. 게중에는 이해해주는 어른이 있지만 그 뿐이다. 이런 상상의 세계는 오직 아이들만의 것이다. 그래서 일본 애니들은 보통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하는 것이 많다. 



종합하자면 이 애니는 전형적인 일본식 상상속 친구 이야기다. 뭔가 특별한 구도보다는 그동안 일본에서 보여주었던 모습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애니다.

이런 구도 덕분에 잔잔한 감동을 줄 수는 있었지만, 새로움을 바란 사람들에게는 만족을 주지 못했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지브리 스튜디오의 대표작 에반게리온과 같이 복잡하고 역동적인 이야기를 원하던 사람에게는 조금 실망스러울 수 있다. 역동적인 마무리가 아니라서 역동적인 이야기를 기대하던 이들은 너무 조용한 느낌에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잔잔한 감동을 주는 영화를 바라는 사람들에게는 괜찮은 영화가 될 것이다.



일본 애니를 많이 접해보지 못한 사람들이라면 강력하게 추천하겠다. 하지만 이미 일본 애니를 많이 접해봤다면, 굳이 이것까지 챙겨볼 이유는 없어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애니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역시 작은 인간들의 물건을 '빌리기'위해서 설치 해놓은 것들과 그 공간에서 살기 위해 하는 행동들은 꽤 볼만하다. 큰 기대를 안한다면 이런 아기자기한 것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꽤 만족을 하리라 생각된다. 그나저나 내가 조금 나쁜 사람인지 몰라도 그들이 '빌리다'라는 표현을 함으로써 자기 합리화를 하는 것같았다. 뭐 이것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길어지니 여기서 그만~! 하도록 하겠다 혹시 좀 더 이야기 하고 싶다면, 댓글로 남겨주면 감사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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